그대 나만의 온전한 사람

로맨스그대 나만의 온전한 사람

이서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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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나와 결혼했어. 이럴 때, 보통 여자들은 울고불고 난리를 쳐서, 자신이 정리하거나 상대를 정리해 버리지 않나? 사랑이 끝날 때까지? 당신 말대로라면, 그때가 언제라고 생각해?” 그는 여전히 무채색의 음성을 쏟아 내고 있었고, 서희는 순간 당황을 했다. 그의 말이 맞았다. 그토록 당당했던 여자와의 사랑이 언제 끝날지, 아님, 이 남자가 먼저 자신과의 결혼을 정리할지 그것은 순전히 모를 일이었다. 더구나 그는 어머니의 강요로 결혼한 몸 아니었던가. 아니, 할머니를 위해서 결혼한 것일 수도 있었다. “1년! 그래요. 1년으로 하죠. 그때면, 나도 정리가 많이 됐을 거고, 당신도 당신 나름대로 정리가 되었겠죠. 나를 정리 대상으로 삼았거나, 그녀를 정리 대상으로 삼았거나, 어느 것도 상관없지만, 내 빚 정리하면서 준 돈은 위자료로 생각하면, 별로 아깝지 않을 거예요. 그럼 됐죠?” 목이 탔다. 그녀는 타는 듯한 갈증을 또 한잔의 와인으로 채웠다. 벌써 세잔 째, 이미 와인 한 병이 바닥을 드러냈다. “그렇지만, 되도록 그녀와 나를 동시에 정리해요. 그녀가 정말 당신 형수라는 위치라면, 그건 정말 부적절해요. 그리고 난 남편의 과거조차 인정할 수 있을 만큼 착한 여자도 현모양처감도 아니에요. 그러니 가능하면 그녀랑 부딪치게 하지 말아요.” 머리가 빙빙 돌았다. 빈속에 쏟아 부은 알코올은 이미 제 기능을 온전히 발휘하기 시작하였다. ‘아우, 저 남자가 저렇게 키가 컸었나? 음, 생긴 건 정말 멀쩡하고 말끔하게 생겼는데.’ 빙글대는 방 가운데 그가 서 있는 것 같았다. “일 년만 있을게요. 나도 당신이 필요하니까. 그때까지, 당신의 완벽한 아내가 되도록 노력하겠어요. 그렇지만, 서로 마음에도 없는 육체관계는 피하기로 해요. 그거면, 됐어요. 의무니 권리니 하지 말고 서로 홀가분해져요.” 서희는 말을 하다가도 중간 중간 숨이 막혀 잠시 쉬었다. ‘아, 더 이상은 안 되겠어.’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자꾸만 긴장이 풀어져 감기는 두 눈을 치켜뜨며 침대로 향했다. 푹신하고 청량한 감촉의 침구가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그곳으로 몸을 옮겨 슬그머니 시트 사이로 파고들었다. “난 먼저 자야 돼요. 그러면 당신은 소파에서 자요.” 휘는 그녀의 일거수일투족을 하나도 빠트리지 않고 보았다. 그녀는 비틀비틀 침대로 걸어가 화장도 지우지 못하고, 옷도 갈아입지 못한 채, 시트 사이에 파고들었다. 이미, 혼자서 결론을 다 내버린 오늘 결혼한 새신부. 그는 벌떡 일어나 그녀가 누워 있는 침대 곁으로 갔다. 벌써 눈을 감은 그녀는 잠이 든 듯했다. 그는 시트를 잘 펴서 그녀를 여며 주었다. 냉방이 잘되는 객실 안이 조금 쌀쌀한 것 같았다. 그는 침대 가에 걸터앉아 그 여자, 자신의 아내가 된 여자의 얼굴을 물끄러미 내려다보았다. 볼수록 한 여자를 떠오르게 하는 여자였다. 그리고 김진석 사장, 그의 딸이다. 자신이 지옥으로 간다면, 그곳에서도 무릎을 꿇어야 할 사람, 아저씨의 딸. 이 제는 용서를 구하려 해도 구할 수 없는 사람의 딸이 자신의 아내라는 이름으로 누워 있었다. 그는 조용히 손을 들어 그녀의 이마에 손을 얹었다. 약간 뜨거운 기운이 느껴졌다. “네가, 나를 떠나지 않았으면 하는데……. 가고 싶으면 가. 난, 너를 잡을 수가 없다.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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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남주가 미모를 숨김
6
2 악마들과 얽혀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