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다시 만난 환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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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겨울 바람처럼 차갑기만 하던 남자, 권재한이 아주 이상한 제안을 했다. “나와 결혼하지 않겠습니까?” 아들이 자립할 때까지 엄마 역할을 해주는 조건으로 숙식 제공에, 후한 임금에, 퇴직금까지 보장해주겠다며. 거기다 아내 역할은 할 필요도 할 이유도 없다는데. 말도 안 되는 소리라 생각하면서도 왜 인지 그 제안을 뿌리칠 수가 없었다. 그렇게만 한다면 저에게도 진짜 가족이 생기는 거니까. 그렇게 시작한 계약이 어느덧 24년. 환희는 어느덧 중년이 되었다. 그리고 영원히 오지 않을 것 같던 순간을 맞이했다. "더 이상 그 애의 인생에 관여하지 말아요." 그 말을 하며 재한의 눈이 이렇게 말하는 것 같았다. '이환희 씨, 이제 당신이 할 일은 끝났어요.' 그 순간 환희는 깨달았다. 이제 더는 계약을 유지할 이유가 없어졌다는 걸. - 아내가 사라졌다. 계약종료를 통보하는 편지 한 통만을 남긴 채. '우리의 계약을 종료합니다.' 단 한 번도 그녀가 떠날 거라는 생각을 해본 적 없었기에 재한은 당황했다. 한 치의 의심도 없이 이환희는 언제나 그 자리에 있을 줄만 알았다. 24년을 회귀해 다시 그녀와 만났지만 다시 만난 아내는 예전에 그가 알던 그녀가 아니었다. 당신을 만난 걸 후회한다며, 우린 이미 끝났으니 저를 모른 척 해 달라는 그녀의 차가운 목소리를 듣고서야 비로소 알았다. 그저 ‘가족’이라고 생각했던 그녀가 실은 자신에게 누구보다 ‘여자’ 였음을. 그녀를 사랑하고 있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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