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어떤, 낙원

핑캐

12

오랜 약혼의 끝은 행복한 결혼이리라 믿었건만. “그 약혼이란 것도 결국 아일린이 떼써서 한 거라며. 그럼 랜돌프는 하고 싶어서 한 것도 아니잖아?” 아카데미 졸업을 앞두고 아일린의 환상은 산산이 부서졌다. 나쁜 놈. 나쁜 새끼. 좋아하는 척을 할 거면 확실하게 좀 해주지. “저, 결혼 안 할래요.” 대놓고 파혼 선언까지 해버렸으니 이대로 끝일 줄 알았는데. “어차피 랜디도 나랑 결혼하기 싫었잖아!” 싸우다 정신을 잃고 깨어났더니 단둘이 낯선 해변에 표류한 상태였다. “맛없지? 미안. 그래도 조금만 더 먹어. 아일린.” “다 됐다. 아일린, 안쪽에서 자. 내가 불 지키고 있을 테니까.” 왜 전(?) 약혼자는 아직도 아일린에게 잘해주는 걸까. 어린애 같아서, 동생 같아서, 가족 같아서, 귀한 집 딸이라서? 어두운 숲속 동굴에서의 밤. “…린.” 잠에서 깬 아일린은 랜돌프가 혼자 자신을 위로하는 걸 듣게 된다. 미쳤어. 랜돌프 힐즈. 미쳤다고. 이런 상황에서 무슨. “아일린…. 후….” 하지만 아일린의 심장을 가장 뛰게 만든 건 랜돌프가 매일 밤 부르는 자신의 이름이었다. “아일린이, 자는 게 아니라면…, 더 기분 좋게 해줄 텐데.” 아무도 없는 외딴 무인도에서. 따뜻할 뿐 뜨겁지 않던 약혼 관계가 변하기 시작했다.

불러오는 중입니다.
1 치명적인 끌림
2 입술로 막다
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