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Turn me on!

초록색괴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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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돈을 펑펑 쓰며 방탕하게 사는 것을 인생의 낙으로 삼던 한재희(23). 그를 보다 못한 아버지는 재희를 산 좋고 물 좋은 시골 동네로 보내 버린다. 유배 아닌 유배를 당해 도착한 촌구석에서 만난 싸가지 없는 고등학생 서온조(18). “너도 저 학교 학생이냐?” “네.” “몇 학년?” “2학년이요.” “원래 그렇게 말 짧게 하냐?” “저기요.” “어.” “근데 왜 반말이세요.” 첫 만남부터 삐걱거렸다. 서로가 마음에 들지 않는 두 사람에게 청천벽력 같은 소리가 들려왔다. “그러니까, 내가 지낼 곳이 여기라고요?” 앞으로 한 지붕 아래에 살아야 한다는 것. 두 남자, 잘 지낼 수 있을까? ** “그쪽 몇 살이에요?” “스, 스물아홉 살.” “생각보다 많네요.” “동안이란 소리 많이 들어. 그건 왜?” “앞머리 내리니까 어려 보여서요. 내리고 다니지 그래요.” “안 돼.” “왜요?” “큰일 나.” 얇은 싸구려 머리끈으로 앞머리를 묶어 올리자 마치 사과 같았다. 색이 붉은 탓에 더 그래 보였다. 귀엽네. 자기도 모르게 든 생각을 서온조가 서둘러 지워 냈다. 아이 같은 머리모양을 한 것 치고 한재희의 표정은 퍽 진지했다. “무슨 큰일이요.” “하… 이미 들켰으니 어쩔 수 없나. 너한테만 말하는 거다, 학생.” “…뭔데요?” “내가 앞머리를 내리면….” 사과 꼭지가 진지한 얼굴로 다가오자 조금 웃겼지만, 서온조는 그가 팬티도 사 주고 짜장면도 사 주었기에 장단에 맞춰 주기로 했다. 하필이면 모텔의 바디 워시까지 과일 향인지라 그는 정말로 잘 익은 사과 같았다. “내리면요?” “다들 나한테 반하거든.” “뭐라는 거야.” 실없는 소리일 줄은 알았지만 정말 실없다. 아직도 진지한 얼굴로 ‘진짜야!’ 하는 한재희를 두고 서온조는 양치를 하러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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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치명적인 끌림
2 입술로 막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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