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앙숙의 시간

달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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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사고야, 사고. 알았어?” “밥이나 먹어. 회사 늦는다.” “빨리 사고라고 말해. 어제 우리가 술에 취해서 그런 거라고 말하라고.” 애처럼 떼를 쓰는 나은에 재혁이 불편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건 나은의 말이 맞았으니까. 10년을 넘게 서로 싫어했다. 사실은 일방적으로 나은이 자신을 싫어했던 거기는 하지만. 덤덤하게 살아온 재혁도 대놓고 자신을 싫어하는 나은을 곱게 보지는 않았다. “이건 우리 둘만의 비밀이야. 알겠어?” 거울을 보며 머리를 만지던 재혁은 얼굴을 들이대며 왕왕거리는 나은의 얼굴을 밀어냈다. 찰싹. 손등을 때리는 손길이 매서웠다. “알았냐고. 우리 둘만의 비밀!” 결국, 재혁의 입에서 한숨이 나왔다. 원하는 답을 얻기 전까지 집요하게 쫓아다니는 나은의 성정을 잘 알고 있었다. 이대로 무시한다면 귀찮게 할 거라는 걸 본능적으로 깨달은 재혁이 건성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약속해.” 새끼손가락을 내밀자 얼굴에 짜증이 담기는 게 보였다. 나은은 이때의 재혁을 좋아했다. 좋아한다기보다는 자신이 재혁의 감정을 끌어냈다는 사실이 좋은 거였지만 말이다. 이러다 욕을 할 것 같은 재혁을 보며 다시 한번, 새끼손가락을 들이밀던 순간, “빨리……. 읏……!” 뒷덜미가 잡히고 그대로 끌려갔다. 단단한 손이 뒷덜미를 강하게 움켜쥐었고, 뜨거운 입술이 맞닿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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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치명적인 끌림
2 입술로 막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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