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잿빛 감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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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이 무너져 생긴 포탈에서 흡혈귀가 나타났다. 흡혈귀와 인간의 전쟁터가 되어버린 이 땅은, 살기 위해 서로를 죽고 죽였고. 세상은 황폐해져 갔다. 복수심에 흡혈귀를 죽이다 사냥꾼이 되어버린 서율은 자신 역시 제 가족을 죽인 흡혈귀와 똑같다고 느낀 그 날. 수많은 죄책감과 원통함이 자신을 잠식했던 그때 이 아이만큼은 죽이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던 서율은 어린 흡혈귀 세브리노를 구하게 된다. *** “일, 일 열심히…… 할 테니까……. 지, 지금처럼…… 조, 조금만 피를…… 나눠 주시면…… 안, 안 될까…… 요?” 아이는 머뭇거리며 말을 하면서도 무서운지 온몸을 덜덜 떨고 있었다. 아이가 어떤 환경에서 자라 왔는지는 알지 못했다. 다만, 아이는 꼭 무언가 일을 하고 보상으로 피를 나눠 받은 것처럼 행동했기에, 그저 의아할 뿐이었다. “잘…… 잘할 수 있어요…….” 잔뜩 무너져 있는 잔해 사이에서 아이는 여전히 무릎을 꿇고 저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주변은 여전히 음울한 교향곡처럼 비통한 소리가 가득했다. 누군가는 이 아이를 죽이고 싶어 할 거였고, 누군가는 저처럼 한 번쯤은 도와주었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너. 이름은?” 제 말에 아이의 두 눈이 커져 왔다. 파르르 떨리는 입술이 선을 그리며 올라가는 순간, 아이는 그 상황 속에서도 어렵게 피어난 꽃처럼 웃음을 머금었다. “세브리노…… 세브리노예요.” “그래. 그럼 세브라고 부르는 걸로 할게. 앞으로 얼마나 같이 있을지는 모르겠다만, 한동안은 잘 지내 보자.” “……당신은…… 이름이, 어떻게…….” “서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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