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앙큼한 나의 짐승

세라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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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마 내가 패스워드 하나 못 알아낼 것 같아?” 어느 날 재수 없게도 그녀의 노트북을 잃어버렸다. 그리고 더 재수 없게도 노트북은 그놈의 손에 있었다. 회계업종에서 가장 TOP인 한라회계법인의 막내아들, 이찬. 그는 화들짝 놀라는 그녀의 반응이 재미있는지 경쾌한 목소리를 내었다. “으음, 이대로 그냥 돌려줄 수 있는데? 어때?” 그녀는 본능적으로 알았다. 그는 절대 곱게 돌려주지 않을 것이다. 그의 표정은 악동 같은 세 오빠들과 흡사했으니까. “조건은요?” “와우!” 감탄사와 더불어 그가 비릿하게 미소를 지었다. 그의 속내를 알아차린 그녀가 기특하다는 듯, 그래서 즐겁다는 듯 말이다. 순간 그녀는 등줄기가 감전이 된 듯 부르르 떨렸다. 이내 그는 군더더기 없는 완벽한 단어를 뱉었다. “섹스.” 본능적으로 그녀는 뒤로 주춤 물러났다. 곱게 자란 도련님 같은 얼굴을 하고는 저런 이질적인 단어를 말하다니, 현실이 현실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더구나 안타깝게도 그녀는 또 다시 깨달았다. 그의 눈빛은 절대 농담이 아니란 걸. 그저 조용히 살고 싶었던 유정은 뜻하지 않게 앙큼한 음란마왕의 덫에 걸려버렸다. Oh, My God!!! 신이시여, 진정 저를 버리시나이까? -본문 중에서 차라리 그가 크게 웃고 손가락질을 하며 놀렸으면 좋겠다. 빤히 장난 같은데 장난은 아니라고 하니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 “이제 그만하세요.” “뭘?” “이런 거요.” “어떤 거?” 그녀는 단단한 가슴에 있던 시선을 들어 검은 두 눈동자를 다시 올려다보았다. 그는 여전히 진중하다 못해 무표정해 보였다. 그래서 더 그가 하는 말들을 믿기 힘들었다. “무엇 때문에 저한테 이러시는지 모르겠지만, 사람 잘 못 고르셨어요.” “아니, 난 잘 골랐다고 생각하는데?” “선배님의 무료한 생활을 채워줄 사람은 제가 아니에요.” “무료한 사람이라……. 내가 그렇게 한가해 보여?” “네, 아니었다면 제 파일을 궁금해 하지도, 또 그걸 열어볼 생각도 안했겠죠? 그리고 이렇듯 가볍게 그 사실을 말하지도 않았을 테고요. 아닌가요?” “전에 내가 그랬지. 나에 대해 너무 모른다고.” “그건, 그건 당연한 거 아닌가요? 노트북이 아니었다면 이렇듯 긴 대화를 할 사이도 아니었잖아요.” “솔직히 그랬을지도 모르지만 난 너하고 이러고 싶은 걸?” “네에?” “처음엔 그냥 관심이 있었어. 그런데 이젠 그게 그저 호기심이 아니란 걸 알아버렸지.” 그녀는 도무지 그가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인지 짐작이 가지 않았다. “대체…….” “널 좋아한다고.” “에에에?” 이번에도 정말 무지막지하게 놀랐다. 너무나 뜬금없는 그의 이상한 고백은 마치 몰래 카메라를 찍고 있는 것 같았다. 그러면 안 되는데 사람이 너무 어이가 없으면 이상한 행동과 말이 터져 나오는 모양이다. “설마 이거 몰래 카메라는 아니죠?” “후후, 넌 여전히 내가 장난치는 걸로 보이나 보네?” 갑자기 그가 움직였다. 놀란 그녀는 그가 미는 대로 꼼짝없이 따라야했다. 어느덧 그녀의 등에는 차갑고 딱딱한 벽이 닿아 있었다. 그리고 그는 더욱 몸을 밀어붙였다. 그의 뜨거운 입김이 정수리에 닿아 낱낱이 느껴졌다. “내가 얼마나 참고 있는 지, 네가 알까?” 그녀는 어이가 없었다. 정말 참고 있는 건 그가 아니라 그녀였다. 막 버럭 한마디를 뱉으려는데 생소하고 이질적인 감각이 느껴졌다. Oh, Jesus!!! 그녀의 아랫도리 중심을 딱딱한 무언가가 은근히 압박을 하고 있었다. “장난 같아? 이 몸을 보고도?” 얼굴이 홧홧해진 그녀는 어떤 말도 떠오르지 않았다. 그저 숨을 꾹 참고 있을 뿐이었다. “참고로 난 아무한테나 이런 반응을 하지 않아. 그 사실에 이찬이라는 내 이름을 걸지.” 그가 허리에 힘을 주며 지그시 눌렀다. 심장이 더없이 빠르게 울러댔다. 이젠 숨을 참는 게 아니라 고장 난 것처럼 제대로 쉬어지지 않았다. ‘어떻게 해야 하지, 어떻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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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치명적인 끌림
2 입술로 막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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