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아씨의 정혼자

네번째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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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게 완벽했다. 정혼자 하나만 뺀다면. “망할 정혼자 같으니라고. 뒤로 넘어져도 코나 깨져라.” 뼈대 깊은 가문의 콧대 높은 별당아씨, 박금화. 모든 걸 다 갖춘 그녀에게 단 하나 없는 건, 듬직한 서방님. 나타나지 않는 정혼자 때문에 처녀귀신으로 늙어죽을 위기에 처한 금화 아씨의 앞에 어느 날 수상한 사내가 찾아온다. 자신을 금화의 정혼자라고 소개한 김정오라는 남자. 그런데 이 사내, 상당히 뻔뻔하다. “아씨의 말은 틀렸습니다.” “무엇이 틀렸다는 말씀입니까?” “허락 없이 아씨의 손목을 잡을 권리 말입니다. 그 권리, 제게 있는 것 같습니다만.” 싱긋 웃는 정오의 얼굴에서 음험함이 느껴졌다. 어찌 보면 사냥감을 먹기 전의 늑대와 같은 모습이었다. “제가 아씨의 정혼자이니까요.” 다가오는 정오를 금화는 의심어린 눈길로 바라보고, 정오는 그런 금화를 유혹하기 시작한다. “지…… 지금 뭐 하시는…… 겁니까!” “부인의 옷을 벗기는 중입니다. 잠자리에 들려면 당연히 옷을 벗으셔야지요.” “그게!” 파닥이는 금화를 제지하고 정오는 겹겹이 입은 금화의 옷을 모두 거두어냈다. 마지막 속적삼과 속 고쟁이만 남았을 때, 정오가 손놀림을 멈추었다. “부인은 정말 아름답습니다.” 한두 번 들어본 것도 아닌데 아름답다는 말에 금화는 새삼 달아올랐다. “그리고 부인의 속살은 더 아름다울 듯합니다.” 정오는 과연 철옹성 같은 금화 아씨의 마음을 얻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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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치명적인 끌림
2 입술로 막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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