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동정 과장님을 함부로 동정했다가

망루

63

눈만 마주치면 일을 만들어서라도 시키는 서 과장은 여직원 사이에서 ‘친마(친절한 악마)’로 불리고 있다. 그중에서 유독 야근에 많이 걸리는 정하는 꽃미남 서 과장에게 벼르고 있는데. 마침 서 과장의 비밀을 알게 됐다는 조 대리로 인해 여직원 4 공주는 모이게 되고, 정하는 서 과장이 대학 때까지 동정남이었으며, 게임 덕후라는 엄청난 얘기를 듣게 된다. 지금도 동정남인지, 게이인지 확인해보자며 네 사람은 그를 골탕 먹이기 위한 작당 모의를 하게 되고, 유일하게 그 게임을 해본 정하가 온라인으로 그에게 접근하는 것으로 결정이 나는데. 여직원들이 내건 달콤한 조건은, 서 과장을 밖으로 불러내서 바람맞힌 뒤 사진 찍어 보내면 정하에게 1년 식비조달은 물론이고, 1년 동안 야근까지 대신 뛰어주겠다는 것. 정하는 서 과장을 무사히 꼬드겨내서, 꿀 같은 대가를 획득할 수 있을까? --------------------------------------------------------------- 입속에 고인 군침을 꼴깍 삼키며 정하가 슬금슬금 눈을 들어 올렸다. 바로 그와 시선이 마주쳤다. 원한다는 말을 실은 강렬한 시선으로 서주원이 제 얼굴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가슴이 절대 진정되지 않을 것처럼 거칠게 요동친다. 나, 키스하는 거야? 서주원이랑? 섹스도 하고? 하아. 정하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자마자, 몸을 침대에 비스듬히 기대며 그의 얼굴이 정하의 입술 가까이로 다가왔다. 그런데 바로 입을 맞추지 않고, 두 손을 들더니 안경다리에 먼저 손을 가져다 댔다. “안경은 벗길게요. 키스할 때 걸리적거릴 거 같아서.” 식겁할 말이었다. 흠칫한 정하는 냉큼 손으로 그의 손목을 꽉 잡으며 도리질을 쳤다. 힉! 안 돼. 안 돼. 안 돼! 그녀는 안경을 착용했을 때와 미착용했을 때의 이미지가 180도 달랐다. 처음 콘택트렌즈를 끼고 화장까지 곱게 했던 날에 지하철역 근처에서 오빠인 정원을 우연히 만났는데, 오빠가 동생을 알아보지 못하고 쓱 지나쳐버릴 정도였으니. 안경을 벗으면 얼굴에서 특징적인 커다랗고 쌍꺼풀진 눈매를 오롯이 드러내게 된다, 그걸 보면, 아무리 둔감한 남자일지라도 3년이나 줄기차게 같은 사무실에 있던 여자의 얼굴을 못 알아볼 리가 없었다. “죄, 죄송해요. 다, 다른 건 몽땅 벗겨도 되지만…, 이것만은, 그냥 쓰고 있게 해주시면 안 될까요. 제발 안경만은….”

불러오는 중입니다.
1 아빠 하나, 아들 하나
2 황후무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