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사랑애(愛) 타다 [개정판]

은여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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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혹한 경영자로 키워진 남자, 민태후 사랑 앞에 자존심을 지킬 줄 아는 여자, 하정현 그녀에게만 다정하고 그녀이기에 기꺼이 희생을 감수하는 남자, 태후와 그를 사랑하기에 아픈 선택을 할 수 밖에 없었던 여자, 정현의 뜨거운 사랑 이야기. 서로에게 점점 더 빠져들 수밖에 없는 사랑애(愛) 타다 - 본문 중에서 달칵. 뿌연 수증기로 가득 찬 욕실 문이 조용히 열렸다. 정현은 뜨거운 물이 찰랑찰랑 넘치고 있는 욕조에 앉은 채 자신을 향해 터벅터벅 다가오는 태후를 바라보았다. 우선 커다란 맨발이 눈에 들어왔다. 발마저도 섹시하단 생각이 드는 건 자신의 눈이 이미 그에게 멀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그녀는 많지도 적지도 않은 적당한 털로 감싸인 길고 멋진 다리를 따라 조용히 시선을 올렸다. 긴 종아리를 지나 무릎 위로 튼실한 허벅지가 버티고 있었다.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상태로도 당당한 남자의 나신이 숨 막히게 아름다웠다. 마치 솜씨 좋은 예술가가 잘 깎아 놓은 훌륭한 조각상 같았다. 정현은 얼른 눈을 들어 그의 얼굴을 응시했다. 자신을 보고 있던 뜨거운 눈동자와 마주치자 심장이 쿵 떨어졌다. 그녀는 눈썹을 타고 흐르는 땀방울을 손등으로 훔치며 시선을 비껴 다시 그의 얼굴 아래쪽으로 천천히 눈동자를 굴렸다. 사내답게 굵은 목선을 지나 두툼하고 넓은 어깨. 매끈한 근육으로 이루어진 긴 팔은 강하고 탄력 있어 보였다. 그리고 탄탄해 보이는 가슴 근육과 가슴 양 중앙에 잘 자리 잡은 두 개의 작은 돌기. 넓은 가슴과 어깨에 비해 상대적으로 날렵한 허리에서도 사내다운 힘이 느껴졌다. 침착하려 했지만 저절로 호흡이 가빠졌다. 반짝거리는 그녀의 눈동자가 그의 상반신을 훑고 좀 더 아래로 내려왔다. 근육의 경계가 분명하게 나눠진 아랫배를 지나니 아찔하도록 도드라진 치골 사이에 검은 숲이 무성했다. 마치 홀린 듯 눈이 더 아래로 움직였다. 그리고…… 그만 얼굴이 확 붉어졌다. “하도 안 나오기에 잠들었는지 알았어.” 자신의 몸을 샅샅이 훑는 정현의 시선을 충분히 즐긴 태후가 첨벙첨벙 욕조 안으로 들어와 자연스럽게 그녀의 뒤에 자리를 잡았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능청스러웠다. 그녀가 욕실에 들어온 지 겨우 5분 만에 따라 들어온 주제에. “따뜻한 물에 몸 담그고 푹 쉬라더니.” “나도 함께 쉬고 싶어서.” 태후는 툴툴거리는 정현의 어깨에 가볍게 턱을 괴고 나른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그러면서 앞으로 돌린 손으로는 그녀의 양 젖가슴을 가볍게 쥐었다 풀며 부드럽게 어루만졌다. 그의 손바닥에 닿은 가슴 돌기가 금세 꼿꼿하게 곤두섰다. “이러면서 어떻게 쉬라고…….” “난 이게 세상에서 제일 편하게 쉬는 거야. 너를 안고 쉬는 거.” 태후가 살짝 허리를 비틀며 빠져나가려는 정현의 몸을 꽉 끌어안았다. 물속에서 그녀의 매끈한 등과 그의 단단한 가슴이 맞닿았다. 태후는 긴 팔로 정현의 허리를 휘감으며 그녀의 엉덩이를 자신의 다리 사이에 바짝 끌어다 앉혔다. 의도가 분명한 행동에 그녀의 어깨가 움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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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악마가 속삭일 때
11
2 퍼스트 키스(1st Ki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