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가축과 애인 사이

장난감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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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인간을 잡아먹는 마족이라 해도 상관없어.” 시야에 그의 표정이 잡힐락 말락 흐릿하게 번졌다. 그는 내 턱을 들어 올려 엄지로 아랫입술을 쓸었다. “처음부터 마족과 인간의 사랑 같은 건 믿지 않았으면서도, 연인한테 가라고 놓아준 네 배려가.” 아랫배를 간질이기 시작한 묘한 충만함이 사그라지지 않도록 떨어지려는 손을 잡았다. 그는 고개를 비스듬히 기울였다. 무기질적인 벽안을 읽을 수 없어 눈을 감았다. 귀로 흘러들어 오는 말들이 열에 들뜬 머리론 해석되지 않았다. “내가 다칠까 봐 걱정해 주는 따스함이.” 언제 다가왔는지 귓가에 속삭인 그가 귓바퀴를 물었다. 나를 잡아먹을 것처럼 귀의 약한 살을 잘근잘근 씹어댔다. “…아파.” 그는 약하게 반항하는 내 손목을 그러쥐었다. “지금도 나를 밀어내지 못하는 너의 약함이.” 그러고선 잡힌 손의 손가락 하나하나에 입을 맞췄다. 이내 검지를 제 입에 밀어 넣고 빠는 은근한 행위에 눈살을 찡그리며 그를 바라봤다. 짙게 가라앉은 눈이 나를 꿰뚫을 듯 마주 봤다. “그대로 삼키고 싶을 만큼 기꺼워.” 발음이 뭉개지는 걸 개의치 않고 문장을 완성한 그는 내가 입고 있던 옷을 찢어발겼다. 바닥으로 흩어지는 천 조각들로 돌아간 시선이 못마땅한지 그가 목덜미를 깨물었다. “흐읏… 하, 하지 마.” 그토록 경멸하던 인간의 아래에 깔려 바르작거리는 내 모습이 한심했다. 동시에 그가 자발적으로 내게 닿고 있다는 사실이 기뻤다. 사랑, 자존심, 무기력함에 나도 내가 뭘 원하는지 알 수 없었다. 어차피 아픈 몸은 원하는 대로 움직여 주질 않았다. “울어, 미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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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비밀을 지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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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위황후, 궐을 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