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사랑 그 기다림

이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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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사람이 만나 사랑에 빠지는 시간은 1초. 1초의 사랑을 믿으십니까? 누군간 믿을 것이고, 누군가는 ‘에이 그런 게 어딨어?‘ 하실 겁니다. 운명적인 만남도 있을 것이고 친구 같은 만남도 있을 것이고. 길가다 우연히 만나는 경우도, 기차나 비행기에서의 만남도 있을 겁니다. 사랑의 다양한 형태를 어떻게 딱 한마디 말로 짚어 낼 수 있을까요? 사랑 그 기다림에는 그 중의 한 형태의 사랑 이야기가 나옵니다. 같은 날 같은 사고로 부모를 잃은 은영과, 부인과 뱃속의 아기를 함께 잃은 해주의 운명 같은 사랑 이야기입니다. 그때는 두 사람이 이어 질 거라고 아무도 생각을 못하죠. 인연의 붉은 실은 어디까지 이어져 있을까요? 사고로 부모님을 잃고 졸지에 소녀 가장이 된 은영은 닥치는 대로 일을 할 수 밖에 없습니다. 자신 때문에 사고가 났다는 죄책감은 동생들에 대한 책임으로 다가옵니다. 스물 두 살의 어린 아가씨에겐 너무 가혹한 현실입니다. 즐거움을 느끼는 것 자체가 죄라고 생각해야 하는 가엾은 은영. 그래서 시원스럽게 웃어보지도 못하고 하루하루를 살아냅니다. 밑으로 동생이 줄줄이 셋. 더구나 막내 은수는 사고 당시 겨우 세 살이었습니다. 엄마라고 해도 될 만큼의 나이 차이가 나는 누나와 형 덕분에 구김살 없이 밝고 씩씩하게 자라지만 그 이면엔 가슴 아픈 상처도 있습니다. 8살짜리가 애 어른이 될 수밖에 없는 현실. 부모가 없는 아이들에겐 선택권이 없으니까요. 그런 은수를 보며 다짐하고 또 다짐하며 살아내는 은영의 하루는 버겁기만 합니다. 그런 언니가, 누나가 불안한 동생들은 은영이 다른 마음을 품을까 겁이나 반항한번 하지 않고 착하고 반듯하게 살아냅니다. 가족이기에 서로 참아내고 인내하며 부모 없이 그렇게 5년을 살아낸 은영네 식구들입니다. 하지만 5년이 지나고 호텔에서 만난 해주 때문에 스물일곱 살이 된 은영의 가슴에 봄바람이 불어오기 시작합니다. 어떤 인연이 자신들을 기다리고 있는지도 모르고 그저 자꾸 움직이려는 마음 때문에 괴로운 은영과, 그런 은영을 향해 저돌적인 밀어붙이기를 하는 해주. 은영의 삶 안으로 들어가려 동생들을 이용하고, 그리고는 결국 가족으로 밀고 들어오는 해주를 밀어내지 못하고 받아들이는 은영. 이들이 만들어 갈 가족이야기. 그리고 사랑 이야기. 그 따뜻한 사랑이야기 속으로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본문 중에서- 혼자 꺅꺅거리며 놀던 은수가 은영과 해주 사이로 파고 들어오더니 양쪽 손을 잡고는 위 아래로 흔들며 좋아한다. “누나, 나도 이렇게 엄마 아빠 손잡은 것처럼 손잡고 흔들어 보고 싶었다.” 너무 해맑은 얼굴로 좋다며 헤헤 웃는 은수를 보는 은영의 가슴 한쪽이 찡해진다. 은영의 눈에 눈물이 핑 도는 걸 본 해주가 은수를 향해 말한다. “그럼 앞으로 아저씨가 이렇게 손잡고 흔들어 주는 거 자주 해줄게. 그럼 친구들 안 부러워 할 거지?” “정말요? 진짜 누나랑 나랑 아저씨랑 이렇게 손잡고 또 놀러가고 그럴 수 있어요?” “그럼, 동물원도 가고 놀이동산도 가고 오늘처럼 맛있는 것도 먹으러 다니고. 어때? 좋지?” “네, 완전 신나요. 친구들한테 자랑해야지.” 해주의 말에 신이 난 은수가 또 저만치 뛰어간다. 온 세상을 다 가진 아이처럼 신나서 꺅꺅거리는 은수다. “넘어지면 다쳐. 조심해.” 은영의 잔소리를 싹 무시하고는 저만치 뛰어 갔다 다시 돌아오고 또 뛰어 갔다 다시 오고를 반복하는 은수다. “은수가 이런 델 처음 와봐서 그런지 엄청 신이 나나 봐요. 고마워요.” “고마울 것 없어. 은수 덕에 은영이랑 이렇게 데이트도 하고 난 좋은데.” “이게 무슨 데이트예요. 전 사장님이랑 개인적인 친분 만들고 싶지 않아요.” “넌 만들고 싶지 않을지라도 난 만들고 싶어졌어. 그냥 익숙해져.” “말도 안 돼.” “말이 돼. 봐, 은수도 저렇게 좋아하는데 내가 은수 모른 척하면 은수 상처 받을 건 생각 안 해봤어?” “지금 협박하시는 거예요?” “협박이라도 할 수 없고, 어쨌든 난 하은영 씨한테 관심이 생겼다는 걸 말하고 있는 거야. 알고 있으라고, 앞으로 자주 만나게 될 테니까.” 이해할 수 없는 눈으로 쳐다보는 은영이다. 그런 은영을 조금 더 당겨 안은 해주가 은영의 입에 쪽하고 입맞춤을 한다. 깜짝 놀란 은영이 해주를 밀어낸다. 그 힘에 은영에게서 떨어져버린 해주가 난감한 듯 웃는다. “여자가 먼 힘이 이리 센 거야?” “아니, 그게.” 당황한 은영이 횡설수설,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허둥댄다. “설마 이 나이에 뽀뽀가 처음이야? 키스도 아니고?” [미리보기] “내가 구입했어. 구입하는 김에 이쪽, 이쪽에 있는 옆집까지 함께 구입했어. 아이들이 뛰어 놀려면 정원이 있어야 할 거 같아서. 크지는 않지만, 생각보다 잘 나온 거 같지 않아?” “그니까 당신이 이 집을 샀다고요?” “응! 맘에 안 들어?” “어떻게 알고 샀어요?” “일단 들어가서 구경하자. 인테리어도 새로 했는데, 맘에 들었으면 좋겠다.” “해주 씨!” 대문 앞에서 한 발짝도 움직이지 않는 은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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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치명적인 끌림
2 입술로 막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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