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빠를 사랑해

로맨스오빠를 사랑해

이주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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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감기처럼 찾아든다는 그 말이 진짜일 줄 몰랐다. 시스콤 오빠 밑에서 누구보다 어여쁨 받으며 자라온 민시영. 3년 전 그녀를 무참하게 차고 떠나 버린 첫사랑의 독감 같은 습격을 받다! 그것도 코를 훌쩍거리며 서 있던 병원에서, 무자비하게 근사해진 모습의 ‘오빠’로부터. “그날 이후로 네가 생각나서. 그래서 잡으러 왔어.” 스물여덟의 시형이 웃으며 스물다섯의 시영에게 말했다. 기억 속의 그 날보다, 훨씬 더 근사하고 멋있는 수컷이 되어선. 더없이 매력적으로 싱긋. 그러자 시영 안에 남아 있는 줄도 몰랐던 ‘첫사랑’의 부스러기가 대꾸했다. ‘네, 저 여기 있어요.’라고. 엇갈렸던 두 남녀의 재회. 3년 만에 직진하기 시작하는 모솔들의 요란한 연애담. [본문 중에서] “시영아.” 작게 잘라 먹는 시늉만 하는 시영을 시형이 한껏 낮아진 목소리로 불렀다. “……네?” “너, 그 표정 뭐야?” 앞에 놓인 음식은 손도 대지 않고, 턱을 괴고 시영을 바라보는 시형의 표정은 좋지 않았다. “저번부터 마음에 걸렸는데.” 그런 억지웃음 어디서 배워 온 거야? 시형은 시영을 향해 물었다. “너, 그 표정 나 밀어내는 거지?” 질문이었지만 답이 필요 없는 확인 같은 말에 시영 역시 더 이상 먹는 시늉을 할 수 없어 들고 있던 포크를 내려놨다. 가능하다면 덮고 싶었고 꺼낸다고 한들 이렇게 쉽게는 아니었다. 준비 없이 이런 식으로 이야기하고 싶지 않았지만 시형은 도무지 기다려 줄 생각이 없어 보였다. “밀어내지 마.” 하지만 이어지는 시형의 말에는 시영이 움찔 떨 수밖에 없었다. “그날, 내가 말이 과했어. 너무 심했지. 사과하려고 했지만 볼 수가 없더라.” “사과하지 마요.” 시영에게서 자신도 놀랄 만큼 소름 끼치게 차가운 목소리가 나왔다. 도무지 감정이 추슬러지지 않았다. “누구 동정하는 거야?” 마치 퍼붓듯 날 선 말이 이어졌으나 시형은 눈썹 하나 깜빡이지 않고 가만히 고개를 저었다. “아니, 그런 식으로 몰아가지 마. 내가 너무 심했다는 거야. 거절이 아니라 빈정거렸으니까. 사과하는 게 당연하잖아. 미안해, 민시영.” “…….” 고저 없이 사과를 건네는 담백한 말에는 시영도 더는 화를 낼 수 없었다. 그리고 그의 수선스럽지 않은 사과에 응어리가 모두 풀리는 것은 아니지만, 묵힌 상처가 조금은 녹아내리는 기분이었다. 아주 조금. “미안해. 당황했어. 낌새도 없이 갑자기 그러니까…….” “그만해. 사과로 끝내요.” 시영은 그의 말을 자르며 고개를 저었다. 아무리 지나간 일이라 한들 그날은 여전히 아픈 기억이었다. 그러나 시형은 드물게 단호하게 굴었다. “아니, 이렇게 끝낼 게 아니야. 너도 사과해.” “뭐?” “너뿐만 아니라 나도 지난 3년간 힘들었으니까 사과해. 제대로 기회 주지도 않고 마음대로 사라지면 어쩌란 거야?” “누, 누가!” “내가 아무도 모르게 하필, 왜 이 건물에 왔을 거라고 생각해?” 너 잡으러 왔어. 시형은 느리게 눈을 깜빡이며 조용히 말했다. 잡으러 왔다는 말에 목 뒤의 솜털까지 단번에 돋을 정도로 짜릿해도 티를 낼 수 없었다. 분명히 눈앞의 시형은 그녀를 바라보며 미소 짓고 있었지만, 그는 화를 내고 있었고. 그리고 무엇보다도 낯선 수컷의 얼굴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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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치명적인 끌림
2 입술로 막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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