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그림일기 [단행본]

한시원(psha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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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키워드 : 현대물, 베이비메신저, 미남공, 다정공, 존댓말공, 헤테로공, 기혼자공, 다정수, 평범수, 단정수, 상처수, 오해/착각, 일상물, 잔잔물, 육아물, 3인칭시점 친구의 부탁으로 간간이 어린이집 일을 돕고 있는 시형. 그는 그곳에서 자신을 유난히 따르는 운이라는 아이의 아버지, 강준과 우연한 기회로 여러 번 마주친다. 아내와 사별하고 홀로 아이를 키우는 아버지, 강준이 지닌 특유의 다정함에 자연스럽게 호감을 느끼지만 자신의 성 지향성 때문에 인간관계가 망가진 시형의 삶은 그저 답답하고 어둡기만 하다. 그렇기에 최대한 사심 없이 그와 아이를 대했음에도 어느 날 자신이 게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강준의 태도는 돌변해 버리는데……. “저는 이강준 씨가 알던 그 사람과 다르지 않습니다. ……제 본질이 변하는 건 아니니까요.” * 그림에는 하늘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이번에도 운이가 있었다. 그것도 쇼핑 카트를 타고. 아이는 놀란 표정으로 이마에 손을 대고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그림 끝에 구름 운 자가 한자로 적혀 있었는데, 시형은 아마도 운이를 구름으로 표현하고 싶었던 듯했다. 다음 장을 넘겼지만 그곳은 아직 아무것도 그려져 있지 않았다. 강준은 스케치북을 원래 있던 자리에 내려놓았다. 그는 예술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모르지만 시형의 그림은 마음에 들었다. 아마도 운이를 귀엽고 예쁘게 그렸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동안 시형이 그에게 준 이미지가 좋기 때문일 수도 있다. 강준은 마지막으로 기분 좋게 방 안을 둘러보았다. 그러다 그의 눈에 책장 맨 위에 꽂혀 있는 색색의 잡지와 DVD가 나란히 꽂혀 있었다. 처음에는 별생각 없었다. 그냥 그의 직업과 관련된 자료려니 했다. 무심코 잡지를 한 권 빼서 넘긴 순간 강준은 머리에 찬물을 뒤집어쓴 기분이 들었다. 그것은 상체를 벌거벗은 두 남자가 서로 끌어안고 키스하는 사진이었다. 눈앞이 아찔했다. 뇌의 기능이 정지한 것처럼 자신이 보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이해할 수 없었다. 다음 순간 강렬한 혐오감이 강준을 덮쳤다. 머리에서 피가 빠져나가고 팔다리가 저리더니, 잡지를 들고 있는 팔이 부들부들 떨렸다. “커피 드세요.” 그때 시형이 양손에 머그잔을 들고 나타났다. 강준은 보고 있던 잡지를 떨어뜨렸다. 탁 하는 소리와 함께 잡지가 활짝 펼쳐졌다. 남자끼리 키스를 하며 끌어안고 있는 사진이 그들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대로 시간이 멈춘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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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치명적인 끌림
2 입술로 막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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