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사탕이 녹는 동안

은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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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인 딜런 백작의 저택에 새로 온 하녀, 프림로즈는 어딘가 묘한 구석이 있었다. 지나치게 예쁘장한 것은 둘째 치더라도 한갓 하녀 주제에 글을 읽을 줄도 알고, 외국어도 능통한 데다가 체스 실력까지 뛰어났다. 베인은 그런 프림로즈가 흥미로우면서도 거슬렸다. 저만 보면 흠칫 놀라거나 움츠러드는 저 하녀를 볼 때마다 눈앞에서 치워 버리고 싶으면서도 곁에 두고 싶었다. 길들여야겠다. 저를 무서워하는 눈치인 여자의 몸과 마음이 서서히 제 손에 깃들 때까지 인내해야겠다. 아래가 아플 만큼 단단해진 것을 느끼며 그는 그런 생각을 했다. *** 그가 엄지로 턱을 지그시 누르자 프림로즈는 얼떨결에 입을 벌렸다. 동그랗고 딱딱한 것이 벌린 입 안으로 들어왔다. 과일향이 나는 사탕이 혀 위에서 매끄럽게 굴렀다. 백작은 프림로즈를 음미하듯 바라보았다. 촘촘한 속눈썹 아래서 갈색 보석처럼 빛나는 눈과, 도자기처럼 매끄러운 피부, 입 안에 들어간 사탕만큼 붉은 입술까지. 그의 손가락이 미끄러져 뺨을 문지르고 입술에 닿았다. 이제 프림로즈는 긴장한 나머지 숨 쉬는 법을 잊어버릴 지경이었다. 사탕이 입 안에서 끈적하게 녹고 있었지만 단맛이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긴장이 극에 달한 순간 그가 손을 놓고 물러났다. 그의 손에 온몸을 지탱하고 있었던 것처럼 프림로즈는 휘청거렸다. 백작이 자리에 앉으며 여상하게 말했다. “잠이 깼으면 돌아가 앉아.” 그녀는 입 안에 남은 단맛을 뒤늦게 자각했다. 백작이 가져가라고 했던 사탕을 놓고 나왔다는 게 그제야 기억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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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치명적인 끌림
2 입술로 막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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