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새색시

엉큼한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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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경의 목소리가 가늘게 들렸다. 나는 내 방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골목을 뛰쳐나갔다. 혹시라도 유경이 창밖을 내려다본다면 낭패가 아닐 수 없었다. 포장마차에 앉아 소주를 들이켰다. 병나발을 불어버렸다. ‘그래서 기호 형은 누나가 그렇게 힘들어하는 데도 잠만 자는 척 했단 말인가?’ 그런 줄도 모르고 아등바등 살아가는 누나가 불쌍해 왕창 취해버리고 말았다. 나는 머리가 흔들리는 취기 속에서도 한가지만은 명확하게 다짐했다. ‘여진누나의 애절한 욕정을 기필코 내가 풀어 주리라!’ 나는 달빛을 받아 길게 늘어진 그림자를 밟으려 휘청거렸다. 밟으면 도망가도 또 밟으려 하면 뒤로 숨어버리는 그림자가 꼭 누나처럼 여겨져 마음이 씁쓸했다. 속이 쓰리고 머리가 찌근거려 일어날 수가 없었다. 목이 타 주전자 주둥이를 물었지만 헛구역질이 위벽을 긁어대는 바람에 정신을 추스를 수가 없었다. 술을 얼마나 마셔댔는지 기억도 가물가물했다. 해는 중천에 떠있었다. 모두들 일터로 나갔는지 주위는 조용했다. 머리가 너무 어지러워 언뜻 잠에 빠진 듯했는데 노크소리가 꿈결처럼 들려왔다. 눈을 떴지만 한기가 들고 식은땀이 줄줄 흘러 말할 기운도 없었다. 다시 노크소리가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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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잔인한 구속
2 너, 내 사람이 되어 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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