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투명한 비밀

요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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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은밀한 곳을 내어 주고, 깊은 곳까지 맞닿아 세상 무엇보다 그와 가까워지고 싶은 갈망이 짙어진 순간. “그거 알아? 너한테선 사람을 미치게 하는 냄새가 나.” 그의 검은 눈동자에 두려움이 경련하듯 비쳤다. “순간적인 충동이나 욕구 때문에 이러는 거 아니야.” 열기가 부서져 내리는 탁한 목소리에는 허기가 역력했다. 감정은 의식하지 못한 순간 범람해서 투명하게 감각을 옥죈다. 서로를 향한 짙은 감정이 생명력을 얻는 데 걸린 시간은 지나치게 짧았다. 기나긴 세월을 축적해 온 관계에서 비롯된 욕구가 아니라는 사실이 곡해될까 봐 두려운 거다. “나도, 그런 거 아니에요.” 삽시간에 비정상적으로 쏠린 마음을 어루만지듯 그의 뺨에 가만히 손을 대었다. 매끄러운 살갗에 닿은 손끝이 파르르 떨렸다. 두려운가? 두려웠었다. 그가 기만하는 것은 아닐까 저어되기도 했었다. 하지만 그의 단단한 품에서 느껴지는 안온함에 속절없이 무너져 내렸다. 이제껏 느껴 보지 못했던 안정감이 한없이 이어지기만을 바랐다. 그런데. 고요한 그의 눈길을 피하게 될 거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처절한 죗값을 미리 치렀으니, 한 번만 더 그의 품에서 무너지게 해 달라고 간절하게 빌게 될 줄은 미처 알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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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치명적인 끌림
2 입술로 막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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