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비밀의 구멍

최애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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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솔은 유명 고시촌 한 고시원에 임용재수를 하려 들어간다. 어느 날 고시원에 숨겨진 좁은 계단 끝에서 놀라운 비밀의 구멍을 발견한다. 그곳은 그녀가 꿈꾸던 은밀한 모든 성애판타지가 실현되는 자판기 구멍 같다. 그리고 비밀의 구멍 너머에서 한 남자를 만난다. 어맛! 애솔은 심장이 다 두근거렸다. 벽 너머 이번 것은 훨씬 두껍고 곧았다. 소시지 끝이 아예 대머리처럼 벗겨져 있었다. 애솔은 얼른 치마를 위로 말아 까뒤집었다. 순전히 저걸 취할 것이냐, 아니냐는 자신의 선택의 몫이다. 애솔은 이번만큼은 모험을 감행하고 싶었다. 한 달 내에 또다시 이렇게 튼실하고 살이 차고 탱탱한 소시지를 만날 수 있을지 아닐지, 확률로 따졌을 때 1/100도 채 안 되었기 때문이다. ‘아까워, 해보는 거야.’ 그녀는 높이를 맞춰서 ‘자판기 구멍’에 힙을 갖다 대었다. 스윽. 그것은 마치 애타게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애솔의 엉덩이 사이를 제 집처럼 미끄러져 들어왔다... * “이래서 이 고시원이 대박으로 붐볐던 거야. 비수기인데도 공실이 없고, 유난히 재수, 삼수, 사수 생들이 많은 이유가 있었어. 보통은 떨어진 게 창피해서도 다른 고시원으로 옮겨간다던데. 바로 이게 영업 전략이었어. 오랫동안 이 고시원 이용자들 사이에서만 내려오는 불문율 같은 것, 은밀하고 암묵적인 동의나 전통 같은 비밀이 바로 이 방에 숨겨져 있었어.” 이 네모난 자판기 구멍은 제한된 방법으로나마 거리낌 없이 자신만의 성애 판타지를 시도할 수 있는 비밀의 구멍이다. 규칙만 위반하지 않는다면, 이 철저한 익명의 공간에서 무엇을 못하겠어. 여기서만큼은 전혀 다른 자아가 될 수 있음을 이 고시원생 모두 잘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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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치명적인 끌림
2 입술로 막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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