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오죽했으면

신하휼

9

“동성 친구 같은 편안함? 부관장님이랑, 나랑?” 한층 낮으면서도 묘하게 날이 선 어투에 조금 움츠러들었지만, 태연히 답했다. 어떻게든 그의 옆에 붙어서 잔정이라도 생기게 해야 한다. 정에 약한 게 한국 사람 아니겠나. “네. 이성적인 트러블은 일절 없을 겁니다.” 자신감이 넘쳤다. 누구의 입장으로 생각해도 어디 하나 모순되거나 걱정할 구석은 찾아볼 수 없어서. 오전에 할 일을 거의 끝내고, 커튼을 양옆으로 젖혀 창문을 활짝 열었다. ‘산책 다녀온다고 하더니 수영을 간 거였나.’ 유영하기를 마치고 강기슭에 다다라 물에서 올라오는 필립을 따라 아윤의 시선도 그림자처럼 따라붙었다. 그가 물에서 나와 땅을 밟은 순간, 온통 수채화였던 풍경에서 그 하나만 유화로 보였다. 물에 은은히 녹아드는 풍경이나 빛깔과 달리 그는 선명하고 입체적으로 생동하며 그 안에 섞이길 거부했다. 커다란 타월로 대충 몸을 닦은 필립이 저택을 향해 몸을 돌렸다. “아니, 대체…….” 그가 긴 다리를 교차하며 걸을 때마다 탄탄한 허벅지 사이 짧은 수영복이 과하게 흔들렸다. 정확히 짚자면, 그 가운데가. “저게……, 뭐지?” 전에는 앞주머니에 대형 오일 통 같은 도구를 넣고 다니더니. 이 수영복 안에는 대체 무엇을 넣은 걸까. 크고 단단한 보호대라도 넣어둔 건가 싶을 정도로 무겁게 흔들리는 그의 앞섶은 수영복이 살짝 들뜰 만큼 불룩했다. [……당신, 필립이랑 무슨 사이야?] [고용주와 고용인 사이지 뭐겠어. 다 알면서 왜 물어.] [세상 어딜 봐도 너희 같은 사장과 직원은 없을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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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치명적인 끌림
2 입술로 막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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