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내 후궁이 미친 황제가 되어 나타났다

엘루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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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시간 짝사랑해 온 남자를 후궁으로 들였다. 후궁으로 품고 아껴주면 언젠간 그도 나를 사랑하게 될 거라 믿었다. 그에게 모든 걸 빼앗긴 채 살해당하게 되어서야 깨우쳤다. 수백 번 입을 맞추고, 수천 번 몸을 섞어도, 사랑받는 건 불가능하다는걸. 애초에 불가능했다는걸. 비통함에 잠겨 죽어가며 나는 그를 향해 품었던 애정을 스스로 찢어발겼다. 다시 태어난다면 그 남자만은 결코 사랑하지 않으리라 다짐했다. 그리고, 신은 그런 내게 새로 시작할 기회를 주었다. 시간이 기적적으로 되돌려졌고, 나는 우리의 결혼식 날로 회귀했다. 무를 틈도 없이 치러진 결혼식. 이후 억지로 맞이하게 된 첫날밤. 하여, 난생처음으로 침실에서 그를 거부했다. “첫날밤은 그냥 지나가는 게 어떨까요?” “그냥 지나가자는 건……?” “억지로는 싫으시잖아요. 저도 그래요.” 그 또한 내 거부를 달갑게 받아들이리라 여겼다. 그러나 상황은 예상을 배신하고 정반대의 방향으로 흘러갔다. “그게 무슨…… 아, 알겠다. 제가 전하께 무릎 꿇고 구걸하길 바라시는 거죠?” “……네?” “제발 내치지 말아 달라고, 후궁인 제가 그리 애처롭게 구걸하는 꼴을 보고 싶으신 거잖아요.” 내 뺨에, 목덜미에 차례로 입술이 스쳤다. 그대로 쭉 몸을 타고 내려간 그의 입술은 마침내 비밀스러운 곳에 도달하여 교태로운 물음을 속삭였다. “약소국에서 온 이 미천한 후궁에게 기회를 주시겠습니까, 전하?” 그는 내 거부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나의 모든 걸 빼앗기 전까진 후궁 자리에서 물러나지 않겠다는 듯이. 고로, 다른 선택지는 이제 없었다. 살해당하기 전에 내가 먼저 그의 품에서 벗어나는 것 외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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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나의 마녀
2 독의 고리 [일반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