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너에게 취하다

민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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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가 지내면서 할 수 있는 모든 행위에 동의한다.” 아버지를 위해 어쩔 수 없이 찾아간 그, 서준우. 말도 안 되는 계약을 내걸었다. 하지만 그의 계약에 응할 수밖에 없는 윤희는 미쳤다고 생각하면서 계약서에 사인을 했다. “내 마음대로 해도 된다는 건가?” 노란소국보다 더 예쁜 그녀, 이윤희. 행복하다는 생각을 들게 만들었던 그녀를 손에 넣기 위한 그의 위험한 도박이 시작된다. 비틀린 시작인지 모르고 다가선 그녀. 스스로가 시작을 비틀어버린 그의 비뚤어진 복수. 시작을 비틀어버린 그는 그녀를 과연 얻을 수 있을지……. -미리보기- “할 말이 그것뿐이면 나 그만 갈게요.” “할 말을 다 하고 살 수 없는 게 인생이야.” 윤희는 일어서려다 고개를 돌리고 준우를 바라봤다. 세상에 사람 사는 모습이 천태만상이라지만 이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요? 나도 더 들을 말 없으니 서로 그만 보는 걸로 하죠.” “누구 맘대로.” 윤희는 준우의 말을 무시하고 자리를 일어섰다. 하지만 움직일 수 없었다. 준우가 자신을 뒤에서 안는 바람에 한 발도 움직일 수 없었다. “미치다 못해 돌았어요?” 윤희는 준우의 손을 풀고 돌아섰다. 자신을 쳐다보는 준우의 미간이 구겨져 있었지만 윤희는 준우의 말 못할 사정 같은 거 봐주고 싶지 않았다. “돌다돌다 미친 거지.” 윤희는 준우의 말에 눈을 감았다. 어지러움이 몰려들었고 준우의 말이 귓가에 웅웅거리는 소리로 들렸다. “윤희야, 눈 떠.” 윤희는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준우를 멍한 눈길로 바라봤다. 아까 낮에 약을 먹었는지 안 먹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 윤희는 정신을 차리려 눈을 껌뻑였다. 준우의 얼굴이 바로 앞에 있었고 준우의 시선이 올곧게 자신과 시선을 마주하고 있었다. 서구적인 이목구비를 갖고 있는 준우의 얼굴은 외국모델처럼 반듯하게 생겼다. 윤희는 손을 들어 준우의 얼굴을 만졌다. “꿈은 아니네.” “이리 와.” 준우가 자신을 품에 끌어안자 윤희가 준우를 밀어냈다. 준우를 밀어낸다고 몸에 힘을 싣다보니 어지러움이 다시 찾아들었다. “어지러우니깐 건드리지 마요.” “아프지 마라.” 준우가 내뱉는 말에 윤희는 훗, 하고 웃어버렸다. 언제부터 그렇게 챙겼다고 저리 애틋하게 말한단 말인가. 사람 헷갈리게 하는 덴 뭐 있네. 윤희는 고개를 들어 준우를 바라봤다. “왜?” 준우가 고개를 기울이며 묻자 윤희는 몸을 돌렸다. “이제 만나도 아는 척 하지 말고 그냥 스쳐가요.” 윤희는 엘리베이터로 향해 걸음을 떼었다. 준우가 또 잡을까봐 불안한 마음을 안고 윤희는 버튼을 눌렀다. 뒤에서 따라 걸어오던 준우가 옆에 와 서자 윤희는 고개를 돌렸다. “난 네 요구에 하나도 동의할 수 없는데 어쩌지?” 준우가 능글거리듯 유들유들한 태도를 취하자 윤희는 준우를 향해 돌아섰다. “어떻게 하면 내 말에 동의해주고 내 요구를 따라 줄 건데요?” 윤희는 화가 난 만큼 몸에 힘을 잃지 않으려 애를 쓰고 있었다. 준우를 향한 전투의지가 불끈 치솟았다. 준우가 깐죽거리는 만큼 윤희는 밟아주고 싶었다. 살고 싶다니, 이건 사람을 너무 우습게 보고 그러는 것이다. “설마, 나를 다시 안고 싶어 그런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는 건가요?” “훗.” 자신의 말에 준우가 웃음을 터트리자 윤희는 눈살을 찌푸렸다. “없다고는 못하지.” “그럼, 지금 한 번 안고 끝내요.” 윤희가 도발적으로 나오자 준우가 하, 하는 탄성을 내질렀다. “벗을까요?” 윤희가 노기를 띤 눈으로 말하자 준우의 고개가 비스듬히 기울었다. 윤희를 보며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를 눈빛으로 준우가 입을 열었다. “한 번으로 끝날 일이었으면 벌써 끝났을 일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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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잔인한 구속
2 너, 내 사람이 되어 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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