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돌아본 곳에 눈꽃이

은하나

17

진눈깨비가 내리던 어느 날, 홀로 남은 연주는 그를 처음 만났다. 꿈속에서만 줄곧 보았던 소년, 그 소년이 자란 듯한 얼굴의 재휘를. “지내는 동안 까마귀를 조심하십시오.” “…그게 무슨 뜻이에요?” 반듯하고 수려한 생김새, 신비로운 분위기. 알 수 없는 말만 하는 남자. “연주 씨에게 내 기운을 묻혀도 되겠습니까?” 그가 뱉은 숨결이 손바닥 안에 가득 찼다. 허리를 편 재휘가 머리카락을 어깨 뒤로 쓸어 넘겼다. 미지근한 온도, 느릿느릿한 움직임. 그렇게 얼굴을 스쳐 내려간 재휘가 목에 입술을 묻었다. “한 가지 묻겠습니다. 연주 씨는 어째서 나를 믿어 준 겁니까?” “…그냥 그랬다고 해 둘래요. 재휘 씨라면 거짓말은 하지 않을 것 같았어요.” 그녀는 어째서인지 차마 거절할 수 없었다. 그가 마치 오랜 연인인 것처럼 느껴져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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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치명적인 끌림
2 입술로 막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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