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그림자는 달 아래 피고

Altha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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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에게는 버림받고 스승에게는 미움받아 온 여흔은 가족을 갈망한다. 어느 눈 내리는 밤, 피투성이 아이를 구한 흔은 기억 잃은 아이를 동생 삼고 귀애하지만, 아이가 제게 다른 마음을 품은 줄도 모르고 성년의 날, 파문시켜 놓아주려 했는데…… “나를, 버리려는 거군요.” “버리다니, 그런……! 이, 이러지 말아라, 교언아! 나는 네 사형이야……!” “-사형이요? 방금 나를 파문한 게 아니었습니까? 아니면, 내가 함부로 굴면 다시 사제로서 나를 다스려 주시는 건가요? 매로 다스려 갱생시켜야 할 정도로 빌어먹을 망종이 되면, 그때서야 애처로운 마음으로 이 머리 검은 짐승을 도로 거두어 주시겠습니까?” 대답해 주세요, 흔. 귀애하던 사제가 홀연히 사라져 버리고, 새카만 그림자가 달려들었다. *** “어, 째서, 어째서 이러는 거야…… 그만하랬잖아! 나는…… 우리는 가족인데 어째서…….” “맞아요, 흔. 당신은 내 사형이죠.” “그런데 왜……!” “당신이 나를 가르치고 키웠으니까, 당신이 나를 이루었으니까요.” 교언은 나지막하게 속삭이며 관절이 하얗게 불거지도록 목욕통을 움켜쥔 손을 살짝 떼내고는, 그 손바닥에 입술을 묻었다. 그대로 입술을 뭉그러뜨리듯 타고 올라가 손샅에 입을 맞춘다. 손가락 사이로 축축하게 감기는 열에 기겁한 흔이 신음을 삼키기가 무섭게 삿되게 긁혀 가라앉은 목소리가 속삭였다. “사형의 말이 옳습니다. 우리는, 저는 인륜을 저버리고 감히 사형과 맨몸을 얽었지요. 하지만 사형, 사형께서는 우리가 배를 맞추는 것이 도리를 거스른다 하셨지만 우리를 엮은 도리는 인륜일 뿐 천륜은 아니지 않나요? 우리가 비록 사형과 사제로서 인륜은 저버렸지만, 음양의 교합이야말로 천륜이요 인륜 위에 천륜이 있는데 무엇이 문제겠어요.” 늘 그랬던 것처럼, 어리석은 동생을 가르쳐 주세요, 사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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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너의 각인
2 아빠 하나, 아들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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