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추화련(追和戀) [단행본]

원랑

0

12년 전, 제게 덤빈 어린놈의 무재가 기대되어 살려 보냈던 마교의 교주 북리규현. 그리하여 이날은 두 사람 모두에게 죽을 때까지 복기할 기념비적인 날이 되었다. ‘저 미친놈을 죽였어야 했어.’ 어린놈 능시우는 어느덧 무림맹주가 되었고, 틈만 나면 싸우자 들이닥쳤으며, 아무리 정성 들여 밟아 줘도 도로 나타났다. 단전을 파괴해도 무슨 기연인지 살아 돌아오는 그에, 도대체가 이놈의 속내를 알 수 없던 북리규현은 급기야 아무 추측이나 묻고 만다. “내게 안기고 싶은 거냐.” 그렇게 뱉은 모욕성 일격은 도리어, 이 청년의 본심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고야 말았다! 얼굴을 붉히는 놈에 펄쩍 뛴 그는 그길로 마교를 떠나 숨어 버리지만, 도망친 곳에 낙원은 없다던가. 하필 녀석을 거기서 마주친 북리규현은 후다닥 외모를 바꾸고선 제삼자인 척 굴어 보지만… 안타깝게도 그의 골격까지 꿰고 있는 이 순정광인에게 말리고야 마는데. “한 가지 약조를 하자. …날 덮치러 오지는 말아 다오.” “그렇다면 나도 한 가지 부탁이 있소.” “무, 무엇이냐?” “……밤에 손을 잡고 잘 수 있게 해 주었으면…….” “그, 그러자꾸나…….” * * * “내가 잡아먹기라도 할 줄 아느냐.” “마, 맛있게 먹어 주시오.” 이놈은 지금 열기가 뇌까지 뻗쳐서 자기가 무슨 말을 하는지도 모르는 게 분명하다. 북리규현은 긴말 없이 그냥 고개를 숙여 입술을 가져갔다. 반개하여 두근두근 올려다보던 눈이 콱 감겼다. 입술과 입술이 가볍게 맞닿으니 격하게 숨을 들이켜는 소리가 들렸다. 입술을 댄 채 낮게 속삭였다. “벌려라.” 능시우의 팔이 슬그머니 옆으로 열렸다. 북리규현은 이놈은 그렇다 쳐도 난 뭘 하는 짓인지 고뇌하며 다시 말했다. “입술을 벌리라고.”

불러오는 중입니다.
1 치명적인 끌림
2 입술로 막다
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