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하, 정인을 찾다

로맨스월하, 정인을 찾다

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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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남친과의 구질구질한 연애 끝에 파국을 맞이한 그녀, 정인. 술김에 나온 한마디 말로 인해 그녀의 인생이 180도 뒤바뀌고 말았다! “대체 인연은 누가 점지하는 거냐? 만나면 그 시키 멱살부터 좀 잡자.” -인연을 믿지 않는 여자, 정인 허랑방탕한 인생, 아니 신(神)생을 영위하느라 본분에 소홀했던 그, 월하. 신벌로 인간계로 내쫓기게 되면서 그의 척박했던 삶에 균열이 찾아왔다! “감히 신을 모독해? 내가 인간계로 내려가면 너부터 요절을 낼 것이다!” -인연을 관장하는 신, 월하 반신반인 월하와 까칠 당당 정인의 티격태격 로맨스 <월하, 정인을 찾다>! [본문 중에서] “죽자, 나정인. 이렇게 살아서 뭐 하냐.” 그녀는 울렁거리는 속을 부여잡고 변기를 청소하느라 죽을 맛이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기억나는 것은 없고, 자신이 남의 집에 들어와 있다는 결과만 있었다. 그러나 생각할수록 화가 나고 억울했다. 술에 취한 여자를 남자 혼자 사는 집에 들인 저의가 뭔지 궁금했다. “혹시……?” 정인은 블라우스 앞섶을 움켜쥐며 문밖을 노려보았다. 그런데 잠에서 깼을 때를 떠올려 보니 옷은 온전히 입고 있었고, 심지어 이불까지 몸에 둘둘 말려 있었다. 불순한 의도로 자신을 집에 들인 것은 아닌 것 같았다. “그럼 대체 뭔데?” 결국 궁금함을 참지 못한 정인이 욕실 문을 박차고 나갔다. 월하는 아일랜드 테이블에 앉아 모닝커피를 즐기고 있었다. “이보세요, 건물주님?” “내 이름은 월하, 라고 말했을 텐데? 그 건물주 소리는 영 거슬린단 말이지.” “저도 반말이 거슬리니까 존댓말을 좀 써 달라고 한 것 같은데요?” “내 집에 함부로 들어온 불청객한테 그럴 생각이 전혀 없는데?” 아무래도 시작부터 불리한 싸움이 될 것 같았다. 반말이든 존댓말이든 그건 그냥 넘어가는 편이 나을 듯했다. “아니. 한밤중에 여자가, 그것도 사이가 좋지도 않은 여자가 찾아왔으면 가족한테 연락하든 쫓아내든 할 것이지, 왜 집에 들였어요?” “하! 물에 빠진 걸 건져 주면 보따리 내놓으라고 한다더니 당신이 딱 그 짝이군. 혹시 입이라도 돌아갈까 봐 재워 줬더니, 고맙다고는 못할망정 왜? 그럼 술을 먹고 남. 의. 집. 에 찾아오질 말았어야지.” 기억이 안 나니 그의 말에 의존해야 하는데 듣고 보니 반박할 수 있는 여지는 하나도 없었다. 오히려 고마워해야 할 타이밍인 것만은 분명해졌다. “고, 고마워요.” “내가 얼마나 관대한 사람인지 알았으면 남은 청소나 마저 하시지?” 그 역시 마시던 커피에 다시 집중했다. 정인은 하는 수 없이 욕실로 향했다. 쾅쾅! “정인아! 나정인?” 그때 밖에서 노크 소리와 함께 낯익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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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치명적인 끌림
2 입술로 막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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