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러브 프리오더 [단행본]

유자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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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꼬마 시절 만난 첫 번째 친구. 착한 말 한번 쉽게 해 주지 않으면서 누구보다 저를 소중히 여겨 주는 그, 서윤채는 권채현에게 늘 특별한 친구였다. [야나군대가] [아무래도 면제 아니니까 가긴 해야겠지. 언제 갈까] [오늘ㅎ;] [?] 그렇기에 이 감정을 자각한 순간, 너무 당연해 오히려 몰랐던 사랑을 깨달은 순간. 채현은 도망을 선택했다. “네가 생각하는 그런 거 아니야.” “내가 생각하는 게 뭔데.” “…….” “찔리는 게 있긴 한가 봐?” 그런데 만약 내가 들킨 거라면 정말 네가 알아채 버린 거라면 우리의 관계는 어떻게 되는 걸까? “네 말대로 우정인데 착각하는 거라면……. 적어도 지금 널 침대 위로 올라오게 하고 싶진 않았겠지.” * * * “우냐? 겁도 없는 게 왜 울려고 해.” 속삭이듯 다정히 울린 음성을 통해 깨친 사실에 울컥 감정이 북받쳤다. 친구인 권채현에게 서윤채는 다정하다. 그건 아마 가장 오랜 시간을 함께한 친구이기에 베푸는 관용일 것이다. “우는 거 아니거든. 그냥, 나는, 솔직히 쫌 속상해서…….” “속상했어?” “내가 잘못한 건 맞지만, 너 화나게 할 생각 없었는데 막 욕을….” “그래. 미안해. 나도 말이 심했다.” “아, 왜 사과하는데……. 내가 더 미안. 지랄한 것도 미안하고 사과하게 해서 미안…….” “뭐 어쩌라는 거야. 일단 존나 못생겼으니까 입꼬리부터 좀 올려. 그렇지.” 깨달음은 결심으로 이어졌다. 결코 이 감정을 들키지 말고, 그의 곁에 쭉 친구로 남아 있어야겠단 결심으로. 제게 허용되는 이 관계가 소중해서, 제게만 쏟아지는 다정함이 좋아서 채현은 마주한 애정을 꼭 끌어안았다. 그 누구도 알아챌 수 없도록 제 몸으로 가리듯 웅크리며. “진짜 미안.” “됐으니까 아이스크림이나 먹어.” 찌르르 풀벌레 소리가 들렸다. 비 냄새를 묻힌 바람은 살며시 불어와 주위를 적셨다. 계절의 일부가 남기고 간 흔적은 온몸을 뒤덮은 마음이었다. 여름이 시작되었다. 그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할 첫사랑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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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치명적인 끌림
2 입술로 막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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