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너라는 감옥

해서

52

가난한 집안 때문에 언제나 힘들었던 수연은 대학시절 돈 때문에 첫사랑을 제 손으로 배신하고 떠나보낸다. 그런데 어느 날, 그 첫사랑이 거짓말처럼 눈앞에 나타났다. “돈이 필요한 거면 이번엔 다른 사람 말고, 나한테 직접 말해요.” 남색 교복을 입고 있던 싱그러운 소년이 아니라, 제 몸에 딱 맞는 슈트를 차려입고 서 있는 이도윤은 과거의 모습이 조금도 남아 있지 않았다. “돈을 못 갚으면 여자들 같은 경우엔 몸을 팔기도 한다죠? 그러면 나한테만 그 가랑이 벌려 봐. 내가 비싸게 값을 쳐 줄 테니까.” 내 머릿속에는 단 한 가지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우리가 왜 이렇게 되어 버렸을까. * * * “읏, 그만…….” 가뜩이나 비좁은 내부 안으로 그의 손가락 하나가 더 침입했다. 빠듯한 느낌이 너무 선득해서 저도 모르게 고개를 양옆으로 절레절레 저을 수밖에 없었다. 정말 싫은 건 그의 이런 손길이 마냥 거북스럽지만은 않다는 거다. 그리고 그 사실이 지금 자신을 가장 못 견디게 만들고 있었다. “쉬― 내 손가락을 세 개나 받아먹고도 이렇게 좋다는 듯 놓아주지 않으면서 그만하라는 말이 나와요?” “나, 나에 대해서 복수하고 싶었던 거라면 이쯤해도…….” “복수?” 내 말에 그가 오히려 반문하면서 어처구니없다는 듯 설핏 웃었다. 눈은 전혀 미동이 없는데 입꼬리만 살짝 올라간 모습이 지독히도 차가웠다. 그 얼굴은 내가 기억하고 있는 어린 시절과 너무나도 달라서 조금도 적응이 되지 않았다. 마치 똑같은 얼굴을 한 다른 남자가 나타난 것 같은 그런 기분이었다. 이도윤. 내가 기억하는 소년은 이런 미소를 짓는 남자가 아니었다. “나도 내 감정이 뭔지 모르겠는데, 누나한테는 그게 보이나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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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아빠 하나, 아들 하나
2 황후무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