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미스 패치의 은밀한 특종 [단행본]

수레국화꽃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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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요, 이번 달부터 잡지에 칼럼을 연재하기로 했거든요.” “딸꾹. 제 경력의 첫 단추를 끼는 아주 아주 아주 중요한 글인데, 아무리 생각해도 글이 안 풀려요. 제가 경험이 전혀 없으니까 아무리 누가 조언을 해줘도 소용이 없는 거 있죠.” 혀가 제대로 꼬인 목소리로 데비는 더듬더듬 변명하듯 그에게 자신의 속내를 털어놓았다. 얼굴이 화끈거리지만, 이 사실을 편집장에게 털어놓는 것보다는, 누군지 짐작이 안 가는 객원기자에게 털어놓는 편이 부담되지 않았다. “그래서 오늘 밤 하룻밤의 유희 상대를 구할 생각이었는데 도저히 맨정신에는 유혹을 못 하겠더라고요.” “고작 칼럼 한번 쓰자고 얼굴도 모르는 누군가에게 처음을 주겠다고요? 평소에 마음이 있던 다른 사람은 없습니까? 차라리 그편이 낫지 않겠어요?” 상대의 말에 데비는 배꼽을 잡고 웃었다. 독주를 용감하게 단번에 마셨더니 그녀의 몸이 자꾸만 통제를 벗어났다. “그런데, 왜 가면 안 벗어요? 출판사 내부에서도 원래부터 얼굴을 가리고 다니나요? 처음 보는 사람 같은데. 비밀이 많은가 봐요.” “감추고 싶은 것이 원래 많은 사람이라서요.” 눈앞의 상대는 연회라도 다녀온 것인지 화려한 차림새였다. 턱시도 차림에 흰 장갑을 낀 것이 어디서 마술공연이라도 벌이다 왔다 해도 믿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데비는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상대방의 공손한 말투와 넓은 어깨, 가면 아래 보이는 날렵한 턱선이며 각이 잡힌 꼿꼿한 자세가 음심을 슬그머니 부추겼다. 너무 딱 떨어지게 단정하니 어쩐지 저 와이셔츠의 단추를 마구 풀어헤쳐 주고 싶은 욕망이 생겼다. 데비는 혀로 입술을 쓱 핥았다. “그러고 보니, 당신, 저의 첫 상대가 되어줄 생각 없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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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치명적인 끌림
2 입술로 막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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