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까치형님

묘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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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얘들아 만약에 집에 왔는데 모르는 사람이 바닥에 누워 있으면 어떻게 할 거야? 참고로 술 안 마셨음. 반응이랑 mbti 댓글로 적어 줘. ] 어느 날, ‘새’ 형님이 찾아왔다. “이, 이 못된 녀석아! 얄궂은 녀석아! 어찌하여 형님을 피해 달아난 것이냐! 아니다, 내가 잘못했다. 나를 용서해다오!” “……누구세요?” “나를 모른 체할 셈이냐? 오냐, 내가 바로 네 하나뿐인 의형 작희다, 작희. 이래도 모른다고 할 테야?” 연한 잿빛 머리칼 아래, 순둥해 보이는 얼굴을 하고서는 다짜고짜 자신이 네 의형이라고 우겨 대는 ‘새’ 형님이! 심지어 그는 아우를 위해 개구리를 잡아 오겠다며 조그마한 새로 모습을 바꾸기까지 한다?! ……이대로라면 경찰이나 수상한 정부 연구소와 얽히게 될지도 모른다. 21세기를 살아가던 평범한 대학생, 세준이 감당하기에 세상 물정 하나도 모르는 까치형님은 너무 벅차기만 하다. “제발 그거 밖에다 버려 주세요! 형님, 작희 형님! 제발! 평생 형님으로 모시겠습니다!” “혹시, 이 먹이를 좋아하지 않는 것이냐?” “욱……. 저 그거 먹으면 죽어요. 저, 벌레 먹으면 죽는 병에 걸렸어요. 사실 쳐다만 봐도 위장이 아파요. 그러니까 제발 제 눈에 보이지 않는 곳으로 버려 주세요!” “아이고, 저런……! 그런 병을 앓고 있다니 어찌하면 좋으냐? 걱정 말고 형님만 믿거라. 이 형님이 산신님께 가 네 병을 고쳐 달라 부탁드려 보겠다!” 자그마한 물때까치 형님, 작희와 평범(?)한 대학생 세준의 우당탕탕 동거 이야기. 과연, 둘은 서로가 찾고 바라는 것을 손에 쥘 수 있을까? * [본문 중] “응? 형님, 왜 그래요?” “……잠시 이 손 좀 놓아 보거라.” 순진하게 자신을 바라보는 눈동자에 모든 일이 정말로 자신의 착각이었나 싶어진 작희가 소심하게 우물거렸다. “안 돼요.” ……역시 착각이 아니었다. 작희는 조금 뾰로통하게 보이는 얼굴로 되물었다. “어째서?” 형님이 새로 변해 날아가 버리면 날개 없는 나는 어떡하라고요. 세준은 차마 그런 말은 못 했다. 그래서 그냥 자존심을 내려놓고 아양을 떨기로 결심했다. 모름지기 배포가 큰 사내란 언제든 그럴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그 점에 있어서 세준은 가히 국가급 인재라고 할 만했다. “형님 손을 놓쳤다가 귀여운 아우가 길을 잃으면 어떡해요? 난 길을 잘 잃는단 말이에요. 무서워요.” ……음, 마지막 말은 괜히 했나? 세준은 그렇게 생각하며 슬쩍 작희의 안색을 살폈다. 뻔뻔하게 말하기는 했지만 아무래도 이 모든 상황을 통틀어 보았을 때, 발화자가 2미터에 가까운 대장부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결코 납득이 가는 이유는 아니었다. 반대라면 모를까. 그러나 작희는 그 말에 자신이 무언가 실수라도 한 듯, 심장이 철렁했다는 표정을 짓더니 세준에게 가까이 달라붙었다. “아쿠, 그랬지! 내가 잠시 깜빡했구나. 이 형님이 절대 네 손을 놓지 않을 테니 염려 말거라!” 허주 씨, 당신은 도대체 어떤 사람이었던 건가요. 세준은 어쩐지 떨떠름한 기분이 되었다. 작희가 자신을 완전히 그자라고 생각하는 것을 보면 지금의 세준과 별다를 게 없는 외모일 것 같은데 말이다. 이 조그만 사람한테 사냥을 시켜 먹지를 않나…… 어디 모자란 놈 아니야? 아무튼, 세준의 가증스러운 애교와 과거 허주의 어리광 덕분에 산책로의 거의 끝까지 다다랐음에도 그들은 손을 꼬옥 붙잡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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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에미야 가의 오늘의 밥상
2 러브 징크스 [일반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