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서 결혼해요, 우리

로맨스어서 결혼해요, 우리

채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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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명절을 하루 앞둔 그날. 고단한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 채윤의 집 앞에 부모님이 먼저 보내신 명절 선물이 기다리고 있었다. “채윤 씨 남편입니다. 한준서입니다.” 너무나 갑작스러워 황당한 선물. 조건도 완벽했고, 외모와 가치관이며 하는 짓까지 채윤의 취향에 꼭 들어맞는 게 수상하게 여겨질 정도였다. 그러나 채윤은 누굴 만나거나 결혼할 생각이 없었다. 결혼은 잃을 확률이 훨씬 큰 도박― “준서 씨는 왜 그렇게 빨리 결혼하려고 해요?” “……좋을 거 같으니까요.” “막상 결혼했는데 안 좋으면 어떡해요?” “좋을 겁니다, 채윤 씨.” 그의 목소리는 확신에 차 있었다. “서로 사랑하고 내 몸처럼 아끼면 안 좋을 수가 없습니다.” “주례사예요?” 그가 귀엽게만 보인다. 하룻밤을 보내도 좋을 만큼. 며칠을 함께 보내도 좋을 만큼. 그리고……. 채윤의 몸에 아슬아슬하게 닿아 있던 그의 손가락이 어느 순간 움찔하고 물러났다. 옆구리에 붙어 큰 몸을 웅크리고 꿈지럭거리는 따뜻한 생물체가 싫지 않았다. 그의 온도는 초침 소리가 늘어날수록 더욱 포근한 느낌이 되어 갔다. 겨울이니까. 채윤은 가슴 위에 손을 모은 채로 잠깐만 하고 눈을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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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치명적인 끌림
2 입술로 막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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