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비 내리는 사막

로맨스검은비 내리는 사막

세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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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은 뛰었어.” 유샤는 난생처음 복수 외의 것에 반응하는 심장을 조롱하듯 꾹 눌렀다. 두근거렸어? 여자의 그 올곧고 똑바른 시선에 같잖게 뛰었단 말이지. 그건 불쌍할 정도의 착각이 확실해. 복수의 끝에 기다리는 황량한 사막을 눈앞에 두고, 거기에 모든 것이 묻히고 정지되어 버릴 것을 알면서 내 심장이 그럴 수 있을 리가 없어. 사막의 밤처럼 싸늘한 미소가 유샤의 얼굴에 번졌다. 별이 강처럼 흘러 하늘에 길을 만들고 있었다. 엘과 유샤는 갈림길에 서서 서로를 바라보았다. 유샤는 어느 날 엘이 그랬던 것처럼 천천히 손을 내밀었다. 그러나 그의 입술을 가르고 나온 말은 그때의 엘과는 달랐다. “잡지 마.” 돌아갈 수 없을 테니까. 유샤의 아름다운 눈동자가 서늘한 경고를 던졌다. 일렁이던 불꽃이 가라앉은 자리에 먹먹한 고통이 돋아났다. 찢어진 로브를 부여잡은 유샤는 그것을 제 심장에 가져다댔다. “여기가 온통 모래투성이야.” 메마르고 건조한 사막밖에는 보이지 않았다. 유샤는 산산이 부셔지는 마음을 붙잡듯 천 조각을 움켜쥐었다. 손에서 흐른 피가 엘이 남긴 검붉은 흔적을 안으며 꽃처럼 번져갔다. 검은 비 내리는 사막. 태양처럼 뜨거운 심장을 깊은 모래구덩이에 묻어버린 사내, 유샤. 멈추지 않고 사막을 걸어가는 여자, 엘 사막의 장군 유샤와 피할 수 없는 비 같은 엘, 두 사람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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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비밀을 지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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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위황후, 궐을 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