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가짜를 세우다

홍예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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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나를 위해 오늘 이 자리에서 죽어라.” 요절할 사주를 타고난 소혜 공주의 군목숨으로 자라 온 몸종 초희. 반정이 일어나자 초희는 도망친 소혜 공주를 대신하여 죽을 위기에 처하고 만다. 그대로 서늘한 칼날에 댕강 목이 잘릴 줄 알았더니, 죽음 대신 찾아온 건 반정 공신과의 뜬금없는 혼례였다. 심지어 그녀의 지아비가 될 김처헌은 살인귀라 불릴 만큼 잔인무도하기로 소문이 자자한 사내였는데……. * * * “소인은 말씀드린 대로 소혜 공주가 아니옵니다.” 금침 위에 등을 보이고 누운 사내를 향해 빌었다. 순간 사내가 몸을 일으키는 것을 보곤 바짝 긴장했지만 그대로 시간이 멈춘 듯 아무런 대꾸도 돌아오지 않았다. 슬쩍 고개를 들어 바라보려던 것뿐인데 순간 눈이 마주치고 말았다. 사내는 놀라기는커녕 재밌다는 듯이 비릿한 미소를 내지었다. “나를 피하는 연유가 가당치도 않아 웃음만 나오는구나.” 내쉰 숨을 채 들이마시기도 전에 턱이 붙잡혔다. “정령 그 말이 참이라면, 몸에 노비를 뜻하는 비(婢)자가 새겨져 있을 터. 내 벗겨보면 알게 되겠지.” 순식간에 동정을 움켜쥔 처헌이 안을 벌려 댔다. 힘을 이기지 못한 옷고름이 뜯겨 나가자 무도한 손이 거침없이 안으로 밀고 들어왔다. 드러난 속저고리를 움켜쥐기 무섭게 그대로 끌어내려 버렸다. 안을 들여다보려는 눈빛이 매섭기 그지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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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잔인한 구속
2 너, 내 사람이 되어 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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