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난만(爛漫)

AT TWEL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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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물 #시리어스물 #조직물 #느와르 #애절물 #잔잔물 #강공 #후회공 #집착공 #순정공 #상처공 #이사공 #1인자공 #미인수 #상처수 #도망수 #후회수 #실장수 #2인자수 조직을 지키려는 자, ‘황 위’와 조직을 무너뜨리려는 자 ‘지강은’, 그리고 그 두 사람 사이에서 조직을 벗어나려는 자, ‘황 옥’. 네온사인보다 햇빛이 더 인위적이라고 생각하는 ‘나(황 옥)’. 조직에서 제명당하고 클럽 렉스로 유배 온지 반년. 햇빛보다 네온사인에 익숙한 것도, 더 따뜻하게 느껴지는 것도 어제와 같은데 어째서인지 삶은 점점 더 지겨워져만 간다. 빛바랜 과거의 영광을 되새기는 일처럼 지루하기만 하다. 하지만 지겨움에 몸부림칠수록 조직의 1인자이자 연인인 ‘황 위’와는 계속해서 멀어지기만 하고 잠들지 못하는 밤은 늘어만 간다. 잠들지 못하는 밤을 배회하던 중 차가운 밤바다에서 마약수사팀 형사 ‘지강은’과 마주한다. 그는 ‘나’를 미행중이다. 아마도 클럽이 마약수사에 휘말리게 된 뒤부터였을 거다. 얼마 뒤 ‘나’는 마약수사팀으로부터 뜻밖의 제안을 받게 된다. 거절할 수 있지만 거부하기 어려운 제안. ‘나’는 결국 그 제안을 받아들인다. 그렇게 ‘나’는 홀로 돌이킬 수 없는 질주를 시작한다. 공: 황 위, 35세, 태산 그룹의 이사이자 그룹의 모체인 폭력 조직 태산의 수장, 그룹의 실질적 1인자 남다른 존재감과 카리스마. 주먹 하나로 지옥 같은 세상을 평정했다. 살아남기 위해 끊임없이 싸웠고 숱하게 죽였다. 체질이었다. 양심이나 죄책감 따위 느끼지 않았다. 그렇게 매 순간을 살아 내다보니 어느새 조직의 가장 높은 자리에까지 올랐다. 권력도 돈도 사람도 다 제 발 밑에 있었다. 그 무엇도 제가 원하면 가지지 못할 것이 없었다. 이루지 못할 일이 없었다. 무서울 게 없었다. 두려움을 몰랐다. 그러던 어느 날, 옥을 만났다. 하나뿐인 신의 선물처럼 눈앞에 옥이 나타났다. 놓치고 싶지 않았다. 가져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완전히 제 것으로 만들기 위해 줄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주었다. 신이 되고자 했다. 수: 황 옥, 25세, 태산 그룹 산하의 클럽 ‘렉스’의 실장이자 폭력 조직 태산의 2인자, 황 위의 오른팔 열세 살에 집을 뛰쳐나와 거리의 아이가 되었다. 거리에서 살아가던 중 폭행 시비에 휘말리게 되고 그 일을 계기로 위를 만나게 됐다. 그길로 위 밑으로 들어가 실력 하나만으로 2인자의 자리에까지 올랐다. 살아남기 위해 싸웠고 죽였다. 그게 도무지 답이 없는 제 삶 앞에 무릎 꿇지 않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곱상한 외모와 달리 냉정하고 무자비하단 소릴 많이 들었다. 더한 소문도 돌았다. 불면증과 우울증을 앓고 있다. 늘 수면부족과 채워지지 않는 외로움으로 고통스럽지만 겉으로 내색하지 않는다. 속으로 삼킬 뿐이다. 늘 옆에 있어주던 위와는 어느 순간부턴 멀어져버리고 더 이상 이렇게 사는 것도 지겹고 다 놓아버리고 싶다고 생각한 무렵 지강은을 만났다. 서브공: 지강은, 29세, 강남경찰서 마약수사팀 형사 경찰 대학을 졸업하고 강력계 마약수사팀에 자원했다. 이십대 후반이지만 십대 후반처럼 보이는 동안의 소유자. 밝고 긍정적인 성격을 지녔다. 각종 위험한 사건사고와 허구한 날 야근에 시달려도 경찰이라는 자부심과 사명감 하나로 버텼다. 만날 구박만 받던 마약수사팀이 한 건 하게 생겼다. 총장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잘만하면 제대로 사고 칠 수 있겠다 싶었다. 타깃은 일개 폭력 조직에서 명실상부한 기업으로 거듭난 그룹 태산의 황 위. 하지만 황 위를 잡으려면 먼저 황 옥을 잡아야했다. 그래서 황 옥에게 접근했다. [책 중에서] 옥玉. 그 이름을 내게 준 사람은 위였다. 그때 나는 빈털터리였다. 어머니라고 여겼던 사람을 버렸을 때 내 자신도 버렸기 때문이다. 집도 친구도 이름까지 다 버렸다. 머릿속에서 과거의 기억을 불태워버렸다. 나는 아무렇게나 살았고 아무렇게나 취급당했으며 아무렇게나 불렸다. 그런 건 조금도 슬프지 않았다. 홀가분했다. 별로 살고자하는 의지가 없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죽어도 좋다고 생각했다. 아무것도 아닌 채로. 제방을 따라 걸었다. 이른 새벽의 바다는 불온하다. 평화로워 보여 더 그렇다. 철썩이는 파도소리. 나는 지금 혼자다. 새벽녘 바다를 마주하니 더 와 닿는다. 옆에 있어 달랬을 때 거절한 건 너잖아. 날 혼자둔 건 너잖아. 위의 목소리가 파도 소리에 섞여 든다. 자꾸만 걸렸다. 그 말이 꽤 깊게 박혔던 모양이다. 가만히 있으면 반드시 떠오른다. 머릿속이 위의 목소리로 가득 찬다. 주머니 속에서 만지작거리던 휴대폰을 켰다. 이내 부르르 떤다. 거짓말 같다. -행복하니. 몸은 좀 어떠냐고 물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한다. “어떨 거 같아.” 파도 소리. 위가 알아챌 것이다. 하지만 상관없다. -넌 행복해질 자격 없어. 네가 그동안 해 온 짓을 생각해 봐. 모두 다 행복해질 수 없다면 모두 다 불행해져야 해. “그러는 형은, 행복할 자격 있어……?” 형과 보고 싶어 했던 바다를, 지강은과는 벌써 두 번째야. -그래서 지금 벌 받잖아. 아무것도 아닌 채로 죽어도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위가 내게 그 이름을 준 순간, 살고 싶어졌다. 위가 나를 그 이름으로 부르던 순간, 살아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아무것도 아닌 게 아니라 무언가 되어야겠다고 다짐했다. 위를 위해 무언가 되고 싶어졌다. 위가 내게 준 모든 것들을 되갚고 싶었다. 보답하고 싶었다. 부모조차 내게 주지 않았던 것들. 나는 위를 위해 살고 싶어졌다. 위를 위해 죽어야겠다고 결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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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악마가 속삭일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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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퍼스트 키스(1st Ki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