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맹렬하게 부서져

해이

47

서른에 꽃딱지를 뗀 구두 디자이너, 송지혜. 그의 눈빛은 성적인 고문이다. 심장을 헤집는 눈빛이 왜 저렇게 색정적인지. 공기 자체를 부담스러울 만큼 낯설고도 위험한 분위기로 바꿔 놓는 대단한 남자다. 이러니 경계할 수밖에. 자신의 안에 이렇게 미친 듯이 욕정 덩어리가 상주하고 있는 줄은 정말 몰랐다. 몸이 후끈 달아오르고 가슴 끝이 뾰족하게 곤두서는 데다, 축축한 늪지에서는 뜨거운 열기가 쏟아져 나왔다. 잔뜩 위험해지고 싶다. HY그룹 부사장, 우종후. 13년 만에 맞닥뜨린 그녀는 미치도록 야하고 뇌쇄적이었다. 순수했던 17살의 그녀가 서른이 되어 그의 품안에서 새빨갛게 피어올랐다. ‘빌어먹을!’ 섹스를 하면 더 이상 송지혜에게 관심이 남지 않을 줄 알았다. 다 태워 버리면, 재가 되어 호기심 따위는 남지 않을 줄 알았는데 어째 덫에 빠진 기분이었다. 건드리지 말아야 할 맹독을 건드린 기분이랄까. 자신의 꾀에 자신이 넘어간 듯한, 굴욕적인 예감이 들었다. ‘너무…… 재밌잖아!’ 미친 섹스였다. 이런 여자의 몸도 처음이고, 저렇게 퇴폐적인 얼굴로 자신을 바라보는 송지혜는 더 자극적이고 은밀해서 또 한 번 더 괴롭히고 싶어졌다. 그녀의 귓불을 핥고 빨면서 나직하게 주문을 외웠다. “너…… 내 여자 해라.”

불러오는 중입니다.
1 치명적인 끌림
2 입술로 막다
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