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허그 미, 빌런

권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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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교와 재욱이 비서와 본부장의 관계로 만나 1년이라는 짧은 결혼생활을 끝낸 지 3년. 다정했던 전남편이 빌런이 되어 돌아왔다. “어딘가 더 농염해졌네. 예전엔 그냥 애 같았는데. 남자를 많이 겪어서 그런가?” 다정함은 없는 아주 사나운 모습으로. * * * “맞아. 네 돈과 지위가 필요했어. 그런데 얻는 만큼 나도 잃는 게 있었어. 널 택하면서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사람들 입에서 오르내려야 했고, 언제든 버려질 수도 있다는 두려움에 떨었어.” 잠시 따스함이 찾아왔던 눈빛이 한순간에 차가워졌다. “그래서 너랑 이혼하고 더 행복했어. 더는 너한테 버려질까 봐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 사람들도 나에 대해서 덜 떠들었으니까. 넌 나한테 최악이었어.” 재욱은 그녀의 손목을 거머쥐고 그대로 벽으로 밀었다. 아픔을 느낄 겨를도 없었다. 재욱이 금방이라도 덮칠 듯이 턱을 붙잡고 다가왔기 때문이었다. “최악?” 그의 호흡이 불규칙했다. “진짜 최악이 뭔지 가르쳐 줘?” 은교는 허리를 감싸는 그의 긴 팔을 느끼고 자기도 모르게 그에게 몸을 기댔다. 익숙한 게 문제다. 1년을 살도 섞고 생활 자체를 섞고 살아서 그가 어떤 남자인지 아는 게 문제였다. 재욱은 자신을 경멸하듯 바라보는 은교를 향해 마찬가지로 경멸을 담아 말했다. “어차피 한 남자로 만족 안 되잖아. 나한테도 다리 벌리는 게 어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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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치명적인 끌림
2 입술로 막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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