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낮과 밤이 달라서

이윤정 (탠저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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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부터 바닥을 보이고 말았다. 그래서일까. 그는 지안이 그어 놓은 경계를 단숨에 뚫고 들어왔다. “무슨 생각 합니까?” “위험한 생각이요.” “위험하니까 들으면 큰일 나겠군요.” 가만히 있으면 부추기고, 한 걸음 내디디면 두 걸음 물러나고, 이제 그만 포기하면 성큼 다가오는 남자를 그녀는 도저히 정의 내릴 수 없었다. “도대체 저한테 왜 이러세요? 저랑 뭐가 하고 싶으세요?” 그래서 결국, 다그치고 말았다. 기대고 말았다. “유 대리 눈엔, 내가 그렇게 착한 놈으로 보입니까?” 낮과 밤이 다른 남자가 낮과 밤이 다르지 않게 선을 넘고 낮에도 밤인 듯 그녀를 건드리기 시작했다. <본문 중> “저 연애… 잘 못해요.” 이런 고백을 미리 하지 않으면 들어가지 않겠다는 선전포고 같았다. “섹스라도 잘하면 좋겠는데, 그것도 아니에요.” 하…. 이 여자를 어쩌면 좋을까. 그의 이맛살이 저절로 접혔다. 성재는 성큼 그녀 앞으로 다가섰다. 그 바람에 지안의 걸음은 조금 뒤로 물러났다. 그러나 얼마 못 가 단단히 닫힌 문에 등이 닿았다. 이제 와 도망갈 수 없다는 뜻이기도 했다. “그래서, 아무것도 못 하는데….” 성재가 그녀의 코앞에 멈춰 서서 입을 열었다. “나한테 왜 왔습니까?” 그의 눈빛이 조금 위협적이기도 했다. 냉정하고 차분한 한성재 이사는 없었다. “그래도, 이사님이….” 그녀 역시 오늘만큼은 가면을 쓰고 싶지 않았다. “남자로 보이니까요.” 가벼운 웃음을 터뜨린 성재가 얼굴을 가까이 가져왔다. 놀란 지안이 눈을 질끈 감았다. 그의 코끝이 그녀의 코와 닿고 낮은 웃음이 새어 나왔다. 장난을 치는 건가. 다시 눈을 뜨려고 하자 그가 지안의 허리를 한 팔로 끌어와 입술을 삼켰다. 사납고 무례한 키스가 그녀의 마지막 말에 대한 대답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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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치명적인 끌림
2 입술로 막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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