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아폴리티카

연초

219

"여기서 살아가는 사람은 두 부류로 나뉩니다. 나중에 죽거나, 빨리 죽거나.” 인신매매, 갱단과 기계 인간이 판치는 악명높은 지하도시 판옵티콘. 퇴폐 구역에서 남장을 하고 얼굴에 독을 바른 채 목숨을 연명하던 리코의 눈 앞에 제국 최상위 계급의 남자가 나타난다. "이제 좀 약 기운이 도는 것 같은데." 마약과 도박, 술에 빠져 있던 남자는 일전에 자신을 죽이려 했던 살인자가 분명했다. 도대체 정체가 뭘까? 살아남기 위해 그를 먼저 죽이기로 했건만, 어찌 된 일인지 자꾸 엉뚱한 쪽으로 얽히게 된다. "아, 방금 살해 시도는 아슬아슬 했어." "놔!" "왜 얼굴을 숨기지? 남자는 맞는거겠지?" 그의 눈빛이 또렷하게 빛났다. 아무리 애를 써도 익숙해지지 않는 기류를 뿜는 묘한 남자였다. 저보다 눈높이가 더 높아 그런 걸까. 두툼한 상체와 긴 다리는 가만히 서 있기만 해도 위압감을 뿜어냈다. *** “다른 여자랑도 이랬어? 자는 거 지켜보고. 손가락도 빨게 해 주고.” “그랬을 거 같아?” 모호했지만, 아니라는 대답을 끌어내는 답변이었다. 무심코 지나쳤던 대사 하나를 기억 속에서 끄집어냈다. “아, 섹스는 분명 거칠게 하는 편이라고,” “그런 말을 기억하고 있었어?” 즐거운 듯 쿡쿡거리던 제스퍼가 입을 벌리고 반쯤 눈을 감은 채 머리를 기울여 다가왔다. 짙은 눈동자와 촘촘한 속눈썹이 가까워졌다. 보들대는 감촉이 입술 위에 내려앉아 살며시 머금었다. 말캉거리는 입술이 미끈거리며 겹쳐지다가 쪽쪽거리는 소리를 연달아 냈다. 입맞춤은 사뭇 조심스럽고 가벼웠으며 따뜻했다. 지난번, 게걸스럽게 들어와 불덩이를 굴려대는 듯한 감각과 달랐다. “이런 식으로도,” 가능해. 잠긴 목소리와 동시에 살며시 열린 리코의 입술 사이로 물컹한 살덩이가 조심스럽게 끝을 세우고 들어와 부드러운 크림처럼 입 안쪽 점막을 모조리 훑었다. 타액이 달콤하게 뒤섞였다. 아주 천천히 공을 들이는 입맞춤에 정신이 늪에 침몰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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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치명적인 끌림
2 입술로 막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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