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몸을 부탁해

로맨스내 몸을 부탁해

윤은설

3

위험에 처한 한 남자를 구하려다 칼에 찔린 윤희는 정신을 잃고 쓰러져 병원으로 옮겨졌다. 다시 정신을 차렸을 때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지고 마는데, '어떻게 이런 일이? 이건 아니잖아.' 잠깐 동안 지훈의 몸에 들어가 좌충우돌 생활기를 겪으며 둘만의 달콤한 사랑을 키워나가는 달콤한 로맨스 -본문 중에서- -어떻게 잠이 들었는지 모르게 아침이 밝았다. 훤하게 방 안을 비추는 아침 햇살에 잠이 덜 깬 윤희는 잘 떠지지 않는 눈을 비비며 이불을 걷어내고 자리에서 일어나려다 순간 온몸이 얼음처럼 딱딱하게 굳어지고 말았다. ‘이건 또 뭐지?’ 몸의 중심부에서 느껴지는 묵직한 기분, 태어나서 처음 느껴 보는 이상야릇한 기운에 놀란 윤희가 이불을 들치며 그 부분을 내려다보았다. “으악!” 윤희의 비명에 어디서 나타났는지 놀란 지훈이 방 안에 모습을 드러냈다. “무슨 일이야?” “모, 몰, 몰라요. 이거, 이거 왜 이러는 거예요?” “이거라니? 뭐가?” “이, 이거요. 난 몰라.” 지훈은 윤희가 부들부들 떠는 손으로 가리키는 곳을 바라보았다. “안 돼!” 순간 지훈은 외마디 소리를 내며 두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이 여자에게 저런 것까지 설명을 해줘야 하나 싶은 생각에 머릿속이 새하얗게 변해 버릴 지경이었다. “어떻게 좀 해봐요.” 윤희는 다급하게 지훈에게 도움을 요청하자 지훈은 얼굴을 돌리고 개미만 한 목소리로 떨어지지도 않는 입을 열었다. “그러니까, 그게 말이지, 조금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질 거야.” “이게 왜 이렇게 된 거죠? 저는 그냥 얌전히 잠만 자고 일어났을 뿐인데 이상하잖아요.” “남자는 다 그래. 그걸 꼭 말로 해줘야 알아? 성교육 시간에 안 배웠어?” “배웠던 기억이 없어요. 그럼, 언제 또 이런 증상이 나타나는 거죠?” “미치겠다. 진짜.” 지훈은 아무것도 모르는 표정으로 질문을 늘어놓는 윤희 때문에 부끄러워 더는 듣고 있을 수 없다는 생각에 쌩하니 모습을 감춰 버렸다. 신기하게도 설마 했는데 지훈의 말은 틀리지 않았다. 절대 고개를 숙이지 않을 것 같던 남자의 중심은 시간이 지날수록 서서히 본연의 자리로 자연스럽게 돌아가 있었다. 다행히 그 시간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출근을 앞두고 남자로서 해야 할 일들은 생각보다 많았다. 욕실에 들어서자마자 변기 앞에 선 윤희는 잠시 망설였다. 이유는 간단했다. 몸이 바뀐 후로 매번 화장실에서 빠짐없이 해온 고민 중의 하나, 앉아서 볼일을 봐야 할지 아니면 서서 봐야 할지를 고민하는 사이 시간은 또 흘러가고 있었다. ‘어휴.’ 정말 적응이 안 되는 몸이다. 여자와 남자의 몸이 다르다는 사실을 몸소 체험하고 있는 윤희의 머릿속은 아침부터 복잡하다. 적당히 볼일을 본 윤희는 밤새 자라난 턱수염을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남자들이 광채 나는 매끄러운 피부를 만들기 위해 여자들 못지않게 얼마나 많은 노력해야 하는지 저절로 깨달음을 얻은 윤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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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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