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수한몸공화국

판타지암수한몸공화국

정현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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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의 역사와 함께 소설의 형식이 발전해 온 변천사를 보면 그것은 그 시대의 흐름과 연관이 있었다. 엄밀히 말하면 소설은 당시 대 사상의 관조적 일 형태로 나타났고 문명의 흐름에 따라 그 형식을 달리해왔다고 할 수 있다. 그로 인하여 일부에서는 소설을 19세기와 20세기 초에 이미 완성되었다고 선언한 사람도 있었다. 사실, 세기적인 명작이 그 무렵에 무수하게 탄생되기도 했다. 그래서 한편의 소설로서 인간을 감동시키는 정상의 탑을 차지했고, 그것을 뛰어넘는 작품이 나올 수 있을까 의문이 제기되기도 한 바 있었다. 그러나 방법을 달리하여 다른 형태로서 소설이 나올 것으로 믿어진다. 그렇다고 이번 작품 「암수한몸 공화국」이 소설 역사의 한 획을 긋는 작품이나 그러한 형식의 방법론으로 쓰여졌다는 뜻이 아니다. 다만, 공상과학 소설의 형식이 첨단과학의 영역 속에 들어가는 인류의 문명과 함께 탄생하기 시작했고, 그 흐름을 거부할 수 없는 것이 작금의 현실이다. SF소설이 선진국에서 붐을 일으키는 이유는 첨단과학 기재가 대중적으로 보급되고 그것을 가까이에서 이해하는 대다수의 독자들 때문일 것이다. 핵폭탄의 위력을 아무리 설명해도 그 원리인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원리를 모르면 재미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우리나라도 이제 첨단과학의 시대에 접어들었다고 볼 수 있어 SF소설의 등장은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받아들여야 할 때이다. 그렇다고 이 소설이 소년 소녀들이 읽는 그러한 공상과학 소설이 아니다. 고도의 물리이론과 화학법칙, 수학적인 계산속에서 쓰여진 성인소설이다. 동시에 과학이야기는 더욱 아니다. 필자는 이 소설에서 현실의 세계를 풍자하려는 소설 본질의 의미를 중요시 했다. 고쳐 말해서 SF소설이라는 특수한 방법론으로 사회비리와 억압받는 민중을 그리는 풍자소설을 쓰고자 했다. 그 작의(作意)가 얼마나 구체적으로 형상화되었는지는 독자가 심판해 줄 일이지만 필자는 작품 내면에 그러한 에스프리가 전달되도록 최선을 다하였다. 그에 따라 본 소설을 연재해 오던 첨단과학 전문 신문인 「전자신보」에의 연재를 끝으로 「우주여행」이라는 본래 제명을 바꾸어 다시 한권의 책자로서 독자 앞에 내놓게 된 것임을 밝힌다. 이 소설이 연재된 것은 1980년대 초이다. 그러니까 약 삼십년 전이다. 그 이후에 내가 했던 이야기와 비슷한 내용의 영화가 마구 쏟아져 나오는 것을 보고 한편 만족스러웠다. 그것은 내가 생각하는 것이 결코 엉뚱한 것이 아닌, 그 누구든 생각할 수 있는 미래의 리얼리티를 실감했기 때문이다. 한편 SF소설이 미국이나 일본 등지에서 붐을 일으키고, 그러한 유(類)의 영화(스타워즈, ET 라든지 에어리언 등)가 대성공과 아울러 국제적인 호응을 얻고 있음에 반해 한국의 풍토에서는 아직까지는 요원할지 모른다. 허나 전자시보에 연재하는 동안 소위 지식층 독자들로부터 많은 성원과 반응을 얻게 되어 희망적이었다. 필자는 이 소설에서 단순한 공상과학에 그치는 흥미를 떠나 작가가 숨가쁜 어조로 하고 싶었던 내면의 목소리를 찾아내는 독자와의 게임을 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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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치명적인 끌림
2 입술로 막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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