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짐승의 발아래

화연 윤희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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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나절만 해도 웃음꽃이 만개하던 집안 풍경이 한순간에 아수라장이 되었다. 천인 대제의 딸, 연화는 영문도 모른 채 고운 꽃신을 검붉은 색으로 물들이며 제2 황자 혼제의 호위무사 율에게 속절없이 황궁으로 끌려가야만 했다. 태자 무영과의 가례를 닷새 남긴 채 신부를 태우는 가마를 타고……. * “너는 다음 대의 황제가 될 자의 신부가 아니더냐.” 그녀가 가례를 올려야 할 자는 단 하나, 태자뿐. 그러나 그녀의 앞에 피 묻은 검을 든 채 황제의 침상에 서 있는 사람은 혼제였다. 역시 자신 또한 살해당하리라 체념하는 연화의 입술을 엄지로 느른하게 매만지던 혼제는 단단한 치열을 벌려 그녀의 혀를 쓸고는 겁박하듯 속삭인다. “상대가 바뀌었을 뿐. 너의 자리는 온전히 유지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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