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지

로맨스반지

황진순

74

‘……열 살쯤 되어 보이는 아들이 있더라고. 차마 물어보진 못했지만, 그 아이가 갑자기 사라진 이유 같았어. 왜, 어느 날 갑자기 병원을 그만두고 홀연히 사라졌었잖아.’ 잊고 있었다고, 아니 잊으려 했던 과거의 실수가 어느 날 되살아왔다. 결코, 임신이 아니라고 했었기에 그 말에 안도해 잊으려 했던 여자. 그 여자에게 아들이 있단다. 추측해 보면 그의 아이일 가능성이 농후한 아이가! 처자식을 버리고 제멋대로 살았던 아비에 대한 원망으로 절대 자신만은 그리 살지 않겠다고 했었는데, 어느새 그 역시 아비와 같은 인간이 되어 버렸다는 사실에 분노한 두는 모든 것을 원래대로 되돌리기 위해 그녀를 찾아간다. 그리고 그곳에서 한눈에 알아볼 만큼 자신을 닮은 아이와 그를 보자마자 움츠러드는 여린 여자와 재회하는데……. “제 아들을 빼앗아 갈 건가요?” “내 아들이기도 하지.” “그래서, 빼앗아 갈 건가요?” “데려갈 거요.” “안 돼요. 당신은 그럴 수 없어요.” “어디 그럴 수 없나, 두고 보시오.” “호는 물건이 아니에요. 빼앗고 빼앗길 물건이 아니라고요.” “맞아요, 물건이 아니야. 그래서 더 데려가야겠다는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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