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비터 로즈

진수윤(까망소금)

6

한순간 가족을 모조리 잃고, 누구보다 치열하게 완벽한 볼셰이크 공작으로 살아온 헬레나는 어느 날 갑자기 원작(=신)의 계시를 받는다. 이 세계가 소설이며 자신은 그저 원작 남주인공인 카일럼과 원작 여주인공인 엘리시아의 사랑을 돋보이게 해줄 조연일 뿐이라는 것을…. *** ‘조연은 잠시 자리를 비워야지.’ 자비 없이 울리던 신의 목소리. 헬레나는 눈을 떴다. 흐린 눈동자에 그가 맺혔다. 그의 목소리가 가슴에 맺혔다. “괜찮아. 지나간 일이다. 지금은 내가 곁에 있다. 앞으로도 네 곁에 내가 있을 테니.” 아직도 꿈인 걸까. 카일럼은 눈물조차 말라붙은 헬레나의 눈가에 입술을 내렸다. “나는 너를 떠나지 않아.” “거짓말.” 말라붙은 입술에서 또렷한 부정이 흘러나왔다. 거짓말이면서. 너는 떠날 테고, 나는 잡지 못한다. 어린 날의 헬레나가 아무도 잡지 못했던 것처럼. 카일럼. 나는 너를 잡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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