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악희

예파란

18

눈앞에서 벌어진 참혹한 광경에 말을 잃어버린 열 살 아이, 다경. 죽일 거다! 꼭, 저놈의 심장에 칼을 박아 넣고 말 것이다! 복수의 화신으로 성장한, 악기로 가득한 그녀에게 양지 같은 남자가 다가왔다.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그의 단단한 허벅지를 부드럽게 어루만졌다. 그러자 그가 거친 숨소리를 토해 내며 열기 섞인 눈빛으로 그녀의 입술을 고스란히 집어삼켰다. 원래대로라면 이런 기분으로 그에게 안기고 싶지 않다며 단호하게 그를 밀어내는 게 맞았다. 그런데 그를 맛보고 싶다는 강력한 욕구가 그녀를 지배했다. 온몸의 모든 감각이 무섭게 달아올라 심장을 격렬히 뛰게 했다. 매혹적인 갈망에 사로잡힌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손으로 그의 목을 감싸고 손가락을 벌려 그의 머리카락 속으로 헤집고 들어가 깊이 움켜쥐었다. 지금부터 벌어질 일에 대해 개의치 않겠다는 암묵적인 사인이었다. 밀어내면서도 사로잡히고 마는 찬란한 사내, 형우. 새하얀 그녀의 미소가 그의 영혼까지 사로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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