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나쁜 밤

해엘

75

“내가 꼭 당신을 정상으로 올려놓을 겁니다.” 하지만 설이는 기쁘지 않았다. 다시 그때 그 자리로 올라갈 수 있을까? 사실 너무나 꿈 같았던 그때로 다시 돌아갈 거라고는 기대하지 않았다. 지금껏 자신을 뒤쫓은 악몽 같은 소문만은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알리고 싶었다. 거짓으로 도배된 숱한 소문들. 그것 때문에 꼬박 3년을 암울하게 세상과 단절하고 살았다. 그리고 그런 노력에도 소문은 지독하게 그녀를 괴롭히고 있었다. 남자와의 잠자리가 이렇게 흥분되고 달뜨는 것이라는 것을 설이는 처음 느꼈다. 그동안 남자라면 병적으로 피했던 설이에게는 지금 어둠에서 서로의 살냄새를 맡으며 잠자리를 하는 이 남자가 그녀의 마지막 동아줄이었다. 어쩌면 원하던 인생을 다시 살 수 있는 마지막 희망이었다. 그런데도 그의 얼굴을 아직은 보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언제까지고 이렇게 늘 불을 꺼 놓고 사랑을 나눌 수는 없었다. 설이는 얕은 한숨을 내뱉었다. 두려움이 몰려왔다. 그의 얼굴을 본다는 것이 아직은 힘들었다. “당신이 언젠가 날 똑바로 보기 바라요.” 하지만 설이는 쉽게 대답할 수 없었다. 그렇게 달빛만이 비치는 어둠 속에서 그들은 꼭 껴안은 채 함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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