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그 여름의 복숭아

끌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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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암동 라이징 PD 윤이진. 최연소 입사, 최단기간 PD 승진, 잘나가는 연하 연예인 남자친구까지. 부러울 것 없던 삶이었다. 하지만 늘 그렇듯 삶은 원하는 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예상치 못한 사고에 삶은 전복되어버렸고, 이진은 바다 짠내 그득한 이곳, 강원도로 쫓겨왔다. 더이상 떨어질 곳도 없다 생각할 때쯤, 그가 나타났다. 쌍꺼풀 없이 짙은 눈에 길고 도톰한 입술. 정확하고도 고운 얼굴선. 그리고 자연 곱슬인 듯, 조금은 구불거리는 살짝 긴 머리. 잘빠진 외모였다. “드세요. 외지인 같은데 드릴 게 없어서.” 처음 만난 그는 도랑에 처박힌 차를 구해주고 복숭아 여섯 알을 건넸다. “아니, 도움은 제가 받았는데….” “제가 딴 거예요.” 오지랖이 넓은 남자. 다정한 남자. 아니 잘생긴 남자. 다시 서울로 가려면 저 남자가 꼭 필요하다. 이용만 하려고 했는데, 자꾸 밀어내도 직진하는 이 남자가 자꾸 마음에 들어앉는다. “이렇게 하면 기억나?” 그가 이진에게 입을 맞췄다. 두 번째였다. 연준은 수십 번 이진을 안아 본 사람처럼 굴었다. 티셔츠에 가려지지 않은 부분을 골라 쓸었다. 일말의 망설임도 없었다. 그의 혀는 이진의 입술 사이로 밀려 들어와 그 안을 유영했다. “…미안해. 취해서 그런 거니까. 의미 두지 마.” 연준의 미간이 더 깊어졌다. 이젠 누구든 알아챌 수 있을 정도로. “그런데 있잖아. 한 가지는 알겠더라고.” “뭘?” “내 마음.” 연준이 힘주어 말을 이었다. “내가 널 좋아하더라고.” 그를 만나고 오면 셔츠에 복숭아 향이 향수처럼 남아 있었다. 사실 알고 있었다. 그의 사랑을 거부할 수 없을 거라는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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