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여름이 푸르다

이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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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도록 스토커에게 시달려온 그녀, 정하연에게 소름 끼치도록 아름다운 한 남자가 구원의 손길을 내민다. 「세명 케미컬 대표. 백유청」 그가 내민 명함 한 장에는 그처럼 단정하고 차가운 글씨가 적혀 있었다.구원자가 내건 조건은 단 하나, ‘그의 사람’이 되는 것이었다. *** “미리 말해둘 게 있는데, 저는 상대를 몹시 험하게 다루는 편입니다.” “무슨 말씀이신지……?” 유청은 눈꼬리를 사르르 접어 웃었다. 그가 말을 할 때면 붉은 혀가 입술 위를 살랑였다. 겨우내 소복이 쌓인 눈을 핥아 녹이듯 그랬다. “뭐가 보이는지 알려줄래요?” “수, 수갑이랑.” “수갑밖에 안 보입니까?” “그게 아니라!” 그의 숨결이 하연의 입술 바로 아래를 뭉그러트리며 흩어졌다. 뺨 바로 아래까지 솜털이 쭈뼛 섰다. “아니에요! 그런 건 절대 아닌…….” “아까부터 입만 열면 거짓말. 눈물이 쏙 빠지도록 혼이 나야 뭘 잘못했는지 알겠지.” 수납장에 가지런히 걸려 있던 수갑이 거친 마찰음을 내며 뽑혔다. 하연은 숨을 멈추고 유려한 손가락에 가닥가닥 걸린 수갑을 멍하니 바라봤다. “정말 내게 혼나고 싶다면.” 그의 속눈썹이 야수의 발톱 같은 깊은 그림자를 남겼다. “내 밑에 발정난 개처럼 엎드려 봐요, 하연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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