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은밀한 생 [단행본]

파토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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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력하게 학대당하며 살아가던 일곱 살의 나는, 죽은 형과 살아남은 나를 위해 싸우고 화를 낸 ‘은인’을 잊지 못하여 의대를 졸업하고, 부검의가 되었다. 차 선생님이라 불리며 날마다 죽음을 들여다보던 중 예상치 못하게 들려온 은인의 부고. 죽음의 향이 가득한 공간에서 익숙한 목소리에, 은인과 닮은 얼굴을 가진 그 아들을 만났다. “서해수라고 합니다……. 아버지께서 좋은 일을 많이 하고 다니셨죠.” 서해수. 해수(海水). 여름 바다의 청량함을 담은 이름. 철썩거리는 파도 소리와 모래사장 위로 얇게 퍼졌다 꺼지는 흰 포말. 부검의를 싫어하는 그에게 다가가기 위해 애썼다. 나도 모르는 충동 속에서. 내가 기다려온 사람을 만나고― 그래, 좋아. 생이 은밀히 속삭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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