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본능 과외

굳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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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억. 은채가 멍하니 독촉장을 쳐다봤다. '장기라도 팔아야 하나.' 극단적인 생각이 뇌리에 스쳤다. 평범한 일상이 송두리째 구렁텅이에 빠지는 건 순식간이었다. 창창한 중견기업의 2세, 재계 10위 태산그룹 대리. 이 정도 타이틀만으로 휘몰아치는 불행을 막을 순 없었다. 초조하게 일을 알아보던 중 건조한 구인 광고가 눈에 들어왔다. [과외] -급여: 업계 최고 대우 홀린 듯 찾아간 펜트하우스. 고저 없는 음성이 정적을 깼다. “합격.” 어둠 뒤편의 남성이 저를 꿰뚫어보고 있다. 서 있는 것만으로 상대의 숨을 멎게 하는 기묘한 존재다. 적요한 눈동자가 성큼 다가왔다. 텅 빈 눈빛. 아무것도 읽히지 않아 도리어 경이롭다. “하루 두 시간. 월 천만 원.” “하, 할게요.” 은채는 수상한 제안을 덥석 물었다. 빛줄기인지 썩은 동앗줄인지는 중요치 않았다. 영혼을 팔아서라도 갖고 싶은 거금이니까. “인간의 오욕칠정, 특히 사랑을 지독하게 배우고 싶어.” 공허했던 그의 동공이 순간 검게 번뜩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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