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손아귀

유리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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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처구니가 없군.” 황제의 동생이자 추후 제국의 주인이 될, 발터 아스카니어 대공. 목소리의 주인은 그 누구보다도 이 자리에 있어서는 안 되는 사람이었다. “이런 잡것들이 꼬였을 줄이야. 릴리에 하링엔.” 발터가 하얗게 드러난 백합 같은 릴리에의 등을 보며 말했다. 그런 그의 표정은 하찮고 한심한 것에 화가 잔뜩 나 있었다. 힘없는 공국, 하링엔의 공녀 릴리에가 어떤 각오로 제국에 왔는지도 모른 채. “당신 같은 사람이 알 리 없지요.” “뭐?” “언제나 남의 것을 빼앗고 파괴하기만 하니 가치 있는 일을 어떻게 알겠어요?” 릴리에의 비난에 발터의 눈썹이 크게 꿈틀했다. “소중한 것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뭐든지, 무슨 짓이든지 할 수 있어요.” “‘뭐든지, 무슨 짓이든지’라고?” 결연한 대답을 들은 발터가 팔짱을 풀고 릴리에를 덮쳤다. “좋아. 그대의 나라와 상호 불가침을 맺어 주지.” “……!” “그 대가로, 너를 내게 줘.” 영구적인 평화가 보장되는 조약. 그 대가는 바로 그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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