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봄과 꽃

김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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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꽃이었다. 아이는 이내 다시 입을 열었다. 여전히 곱고 투명한 목소리였다. “엄마가 죽어서요.” 고개를 들고 하늘을 쳐다보았다. 분수는 봄의 하늘을 향해 힘차게 솟아올랐다가 다시 떨어지고를 반복하고 있었다. 중력을 거스르는 힘. 물이 다시 내려앉을 때마다 사방으로 물방울들이 튀었다. 저녁노을에 비친 아이의 가느다란 갈색 머리카락이 살랑였고 입고 있던 티셔츠의 어깨 부분에 미세한 물 자국들이 차올랐다. 나는 손을 뻗어 아이의 옆얼굴을 가렸다. “밥 먹으러 갈까?” 먼저 자리에서 일어나서 아이에게 팔을 벌렸다. 아이는 내 팔을 거절한 채 스스로 몸을 일으켰지만 그래도 고개를 끄덕였다. 아마 남자는 모를 것이다. 우리의 모든 변화는 한 송이 꽃으로부터 시작되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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